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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부국 美도 치솟는 유가에 골머리…경유 비축유도 푼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한 주유소 내 주유기 가격 표시창 옆에 ‘내가 그랬어(I did that!)’라는 문구가 새겨진 조 바이든 대통령의 스티커가 부착돼 있다. 휘발유 가격이 날로 치솟는 미국에서는 연료 가격 상승을 풍자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주유기 가격 표시창 옆에 이 스티커를 붙이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셰일 혁명’으로 석유·가스 부국으로 떠오른 미국도 급등하는 에너지 가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치솟는 유가가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으면서 에너지 문제가 조 바이든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CNN은 23일(현지 시간) 바이든 정부가 치솟는 기름 값을 잡기 위해 디젤(경유) 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 백악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의 ‘비상 선언’을 발표할 계획이다. 방출량은 100만 배럴가량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3월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국제 유가를 잡기 위해 총 1억 8000만 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경유 비축 물량도 풀겠다는 것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경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5.56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가량 크게 올랐다. 특히 뉴욕주 등 정유소가 상대적으로 적은 동북 지역의 경유는 갤런당 6.52달러로 1년 새 2배나 뛰었다.



경유는 농장·건설 장비를 비롯해 트럭·기차·선박 등에 동력을 공급하는 필수 연료인 만큼 바이든 정부로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경유 가격을 진정시키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백악관 관계자는 “최근 연료 소매 업체가 참여한 내부 브리핑을 확대하고 협의도 진행하고 있다”고 CNN에 전했다.

미 정부는 북동부 가정 난방용 비축유에서 경유 방출 물량을 확보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동부 가정 난방용 비축유는 이 지역의 혹독한 겨울 날씨로 인한 공급난에 대처하기 위해 2000년부터 마련됐다. 실제 방출된 사례는 2012년 슈퍼 태풍 ‘샌디’가 강타했을 때가 유일하다.

그러나 경유 방출량이 100만 배럴로 많지 않아 가격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파우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앤디 리파우 회장은 “대단한 양은 아니다”라며 “몇 주 혹은 몇 달을 벌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진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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