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코로나’ 정책을 향한 중국 내 비판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명문대 대학생, 교수진을 비롯한 주요 경제학자에 이어 중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텐센트의 창업자인 마화텅 회장이 코로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동참한 것이다.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한 글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빅테크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던 중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 회장은 지난 21일 자신의 위챗 계정에 역사 작가 장밍양이 쓴 '후시진 말고는 누구도 경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위챗은 메신저 기능을 포함해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공유하는 모멘트라는 기능도 있는데, 이곳에 이 글을 게시한 것이다. 개인 위챗 계정인 탓에 자신이 허락한 사람에게만 공개한 글이지만 누군가가 이 글을 캡처해 인터넷에 올린 것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장밍양이 쓴 글은 누구도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의 경제와 기업들이 직면한 압박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누리꾼들이 경제를 걱정하는 방법이란,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그러나 직원을 해고해서는 안 된다', '기업은 망할 수 있다. 그러나 초과 근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누리꾼들의 이중 잣대를 꼬집었다. 마 회장은 "묘사가 매우 생생하다"고 반응했다. 장밍양이 언급한 후시진은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전 편집장으로 대표적인 극우 논객으로 꼽힌다.
평소 정부 정책에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지 않던 마 회장이 비록 지인들에게만 공개되는 공간에서 정부 비판에 동참한 것을 두고 이례적인 반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마화텅이 마침내 경제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면서 "다들 경제를 걱정하고 있으나,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집단적인 침묵에 빠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그간 주목받지 않는 저자세를 유지해온 마 회장이 텐센트의 저조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례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텐센트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줄어든 234억1000만 위안(약 4조4000억 원)에 그쳤다. 매출도 같은 기간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최근 중국에선 일반 대중이 아닌 대학생, 교수, 경제 전문가 등을 중심으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잦아지고 있다. 베이징대 등 일부 대학에선 학교 밖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학생들이 대거 반발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지난 7일 열린 웨비나에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봉쇄가 경제를 망가뜨리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직접적인 비판을 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 지도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불만 세력과 전쟁을 벌이겠다고 선전 포고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관영매체 역시 서방 국가의 코로나 대응과 중국의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고,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비판 글이 게재되면 대부분 즉시 삭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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