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읍 낙산해수욕장 해변에 서퍼들이 모여 한창 파도타기를 강습 중이었다. 양양의 사회적 기업인 서프시티협동조합의 서핑 교육 프로그램 ‘양양서핑학교’다. 초보자도 두 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파도를 탈 수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파도와 따뜻한 수온 등 양양 앞바다가 서핑에 최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이 지역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김나리 서프시티협동조합 이사장은 “서핑은 탁월한 해양 치유 효과가 있다”며 “바다의 파도 소리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고 바닷바람은 기관지 등 건강에도 좋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가 19~20일 진행한 강원도 영동 지역(속초·양양·강릉) 소재 웰니스 관광지 여행 업계 팸투어에 동행했다. 대상지로 숙소는 설해원리조트·오색그린야드호텔이고 체험은 서프시티·속초아이, 예술은 아르떼뮤지엄, 북카페는 솔향기언덕 등이었다. 여기서 웰니스(Wellness)는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 행복(Happiness)의 합성어다. 우리말로는 치유와 행복을 준다는 의미에서 ‘치유 관광’이라 부르기도 한다.
동해안 관광객은 웰니스를 위해 굳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속초시 조양동 속초해수욕장에는 3월에 개장한 ‘속초아이 대관람차’가 있다. 바닷가에 있는 국내 유일의 대관람차다. 높이는 아파트 25층 정도인 65m로 정상부에서는 동쪽으로 속초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이 마치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시선을 서쪽으로 돌리면 설악산의 비경, 속초시 전경 등 산과 도시가 눈을 즐겁게 한다.
양양군 현북면의 북카페 ‘솔향기언덕’은 일과 휴가를 결합한 최적의 워케이션(work+vacation) 장소다. 소나무 숲과 동해 바다가 보이는 북카페 창가에서 사람들은 일에 열중할 수 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 향기가 근무 의욕을 높여준다. 업무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강릉시 경포호 바로 남쪽에 위치한 ‘아르떼뮤지엄’에서는 예술 욕구도 채울 수 있다. 아르떼뮤지엄은 국내에 3곳이 있는데 특히 아르떼뮤지엄 강릉은 백두대간의 중추인 지역 특성을 반영한 ‘밸리(골짜기)’라는 테마로 12가지의 다양한 미디어 아트 전시를 펼친다. 정희준 아르떼뮤지엄 관장은 “시각적 강렬함과 감각적인 사운드, 격 있는 세밀한 향기가 잊기 어려운 추억을 선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해안의 특색 온천을 보강한 숙박 시설도 눈길을 끈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설악산국립공원 깊숙한 양양군 서면에 위치하면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온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 중이다. 특히 홀론복합온천·암반파동욕장·송불가마·주전골명상 등으로 구성된 웰니스 체험 시설이 유명하다.
또 양양군 손양면의 설해원은 대규모 온천 수영장·사우나, 둘레길에 이어 함께 골프까지 즐길 수 있는 종합 휴양 리조트다. 체내 독소를 빼고 면역력을 키우는 ‘면역공방’이 방문자들에게 인기다. 더불어 ‘설해원 골프 코스’는 2년마다 선정하는 ‘서울경제 한국 10대 골프장’에 2007년부터 2021년까지 8회 연속 선정된 국내 유일의 골프장임을 자랑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팬데믹으로부터의 치유와 일상의 행복을 찾는 관광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웰니스 관광’ 테마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제안한 신정부 110대 국정 과제에 관광 분야의 ‘웰니스 관광 활성화’가 포함돼 있다. 관광이 단순한 육체적 활동에서 벗어나 보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일상생활에서 활기를 찾기 위한 목적이 강화되면서 웰니스 관광이 부각되는 것이다. 유진호 관광공사 관광상품실장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재충전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해안 웰니스 관광의 중심인 양양군은 ‘지방 소멸’ 우려가 있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인구가 늘고 있다. 웰니스 관광은 기존 스파·마사지·뷰티·온천·요가 등에서 더 나아가 스포츠와 향·음악·의료·미식·종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를 인용한 데 따르면 전 세계 웰니스 산업 규모는 2020년 4357억 달러에서 연평균 21%씩 성장해 2025년이면 1조 127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웰니스 관광은 문화체육관광부뿐만 아니라 전 부처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가 관광산업 도약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웰니스 식품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해양 자원은 해양수산부, 온천은 행정안전부, 산림 자원은 산림청 그리고 각 지방자치단체의 협업이 절실하다.
관광공사는 2017년부터 웰니스 관광지 선정 사업을 벌여 뷰티·스파, 자연·숲치유, 한방, 힐링·명상 등 4개 분야에서 올해까지 모두 59곳의 ‘추천 웰니스 관광지’를 선정했다. 이번 방문지 가운데 오색그린야드호텔과 설해원 등 2곳이 웰니스 관광지에 들었다.
문체부는 웰니스 관광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치유 관광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가칭)’을 추진 중이다. 새 정부 들어 관광 분야의 첫 법률 제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올해 안에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며 “치유 관광을 정의하고 산업 진흥, 인력 양성, 연구개발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속초·양양·강릉)=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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