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내서 자본을 쌓으며 재무건전성을 개선해오던 보험사들에게 경고등이 켜졌다. 올 해 발행량이 급증하면서 투자 수요 확보가 예전만큼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자본을 쌓기 위해 웃돈을 더 주고 고금리 채권을 발행하면서 추후 이자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088350)은 다음달 3000억~5000억 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코리안리재보험과 KB손해보험도 각각 3000억 원, 78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다음달 초 발행할 예정이다. 흥국화재(000540)는 이날 300억 원 어치 후순위채 발행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31일 채권을 발행한다.
보험사들이 올해 찍어낸 자본성 증권은 지난 19일 기준 약 2조6000억 원 규모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2조2000억 원)를 이미 넘어섰다. 자본성 증권이란 신종자본증권이나 후순위채, 조건부 자본증권 등 회계 처리 상 자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채무증권이다. 발행액을 모두 자본으로 회계 처리할 수 있어 재무구조를 일시 개선해주지만 부채의 성격이 크고 상대적으로 지급해야 할 금리도 일반 회사채보다 높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지만 발행회사가 조기 상환하지 못하면 매년 금리가 1~2%포인트 상승하는 ‘스텝업’ 조항이 붙어 있어 재무 구조를 흔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올 해 채권 시장에 자본성 증권이 쏟아지는 것은 가파른 금리 인상 때문이다. 시장 금리가 연일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제까지 보험사들이 투자해온 채권(매도가능증권)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투자자산 가치가 급락하면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척도인 RBC(지급여력)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이 시급해지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주가와 지분율에 영향을 주는 유상증자보다 손쉽게 조달할 수 있는 자본성 증권 발행이 우선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의 한 관계자는 "지난 1분기 금리상승으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평균 3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면서 "금리 전망과 인상 속도를 고려하면 2분기 이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역대급으로 많은 자본성 증권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투자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분위기는 부담이다. 지난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의 사례 역시 보험사가 발행하는 자본성 증권에 대한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 요인 중 하나가 됐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본성 증권의)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아 투자를 했는데 실제 재무지표가 악화돼 부실기관으로 지정되는 보험사가 생기면서 투자자들이 적잖이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며 "자본성 증권은 비상시 변제 순위가 뒤로 밀려 발행 금리가 높은 편인데 MG손보 같은 사례까지 부각되면서 금리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실제 고금리로 발행한 채권은 추후 보험사의 금융 비용 급증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농협생명의 2300억 원 규모 후순위채는 연 5.10% 금리로 발행됐다. 같은달 메리츠화재(000060) 역시 연 4.87% 이자를 약속하고 2960억 원을 조달했다.
한 증권사의 자금조달 담당 임원은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무턱대고 자본성 증권을 계속 발행할 순 없고 결국 증자를 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자본확충이 시급하지만 지금 시장 금리가 과도하게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보험사들이 하반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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