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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공문 1건 발송에 1900만원…기업 60% "전자통지로 바꿔야"

배당금 통지서 등 우편발송 제한

주주 수는 50% 늘어 1384만명

삼전 공문발송 3억→11억원 등

상장사들 비용부담 갈수록 커져

전자공시 대체 등 법개정 목소리





코스닥 시장 상장사인 제조 기업 J 사가 올해 주주들에 대한 우편 발송 비용으로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많은 금액을 지출할 상황에 놓였다. 최근 주식 투자 열풍으로 주주 수가 2019년보다 5배 늘면서 부담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주주총회 소집 통지서 및 배당금 지급 통지서 등 각종 주주권 행사 관련 내용을 우편으로만 발송해야 한다. J 사의 관계자는 “전자 금융의 발전에도 주주 통지만 ‘종이’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비용 부담도 크지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국내 증시에 개인투자자가 폭증하면서 국내 상장사들의 주주 통지 관련 부담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상장사 10곳 중 6곳은 ‘통지의 전자화’를 주총 관련 가장 시급한 제도 개선 과제로 꼽은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종이 인쇄, 우편 배송을 줄여 ESG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4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의 주주총회 전자화와 관련된 제도 개선 설문에 따르면 57.5%가 주주 대상 통지의 전자화가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은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상장사 2187개 사의 주주총회 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중 응답한 곳은 총 636개 사로 응답률은 29.2%다.

통지의 전자화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애로 사항으로는 개별 통지를 위한 준비 작업 등 실무적 부담(68.6%)이 가장 많았다. 비용 부담을 꼽은 기업들이 22.5%로 뒤를 이었다.



통지의 전자화에 대한 상장사들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많아진 이유는 동학개미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주주 수가 급격하게 늘면서 우편 통지에 따른 실무와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이 내놓은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2426개 사)의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주식 소유자(법인·외국인 포함)는 약 1384만 명으로 전년 대비 50.6% 늘었다. 이 중 개인 소유자가 1374만 명(99.2%)으로 대부분이었다. 개인 소유자는 2020년 910만 명에서 1년 사이 464만 명 급증했다. 동학개미들이 집중적으로 산 삼성전자를 놓고 보면 2020년 주총 때 56만 1000명이던 개인 주주가 지난해 214만 5000명으로 약 4배가 됐다. 이들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주총 공문 발송비도 3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늘었다. 상장협에 따르면 주주 통지 한 건당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1915만 원에 이른다.

종이 낭비도 심하고 개인 정보 유출 우려도 있어서 전자 방식으로 바꾸고 싶어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전자적 방법의 소집 통지나 주식 배당 통지 등은 현재 상법상 ‘각 주주의 동의’가 필요해 실질적으로 활용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사실상 없는 조항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주총에서 소집 통지서와 주주 통신문을 없애고, 이를 전자 공시 시스템의 전자 공고로 대체해 3000만 장의 종이를 절약했다. 일부 서류를 전자 공고로 갈음해 우편물 양을 줄였다는 뜻인데 그나마도 이게 최선이었던 것이다. 코스피에 상장된 대기업의 한 주총 담당자는 “요즘은 소집 통지를 우편으로 받기를 원치 않는 주주들도 많다”며 “종이 낭비와 비용 부담 등을 생각하면 소집 통지서를 우편으로 송부하는 것보다는 전자적 방식이 ESG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통지의 전자화는 각 개별 주주의 동의를 회사가 직접 받을 필요가 없도록 제도 및 시스템을 정비하거나 전자 공시 등의 방법으로 우편 통지를 갈음하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상장협의 한 관계자는 “회사를 대신해 증권사 등이 e메일이나 카카오톡으로 수령할 것인지 확인받는 방법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장사들은 통지의 전자화로 지지부진한 전자 투표 참여율도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사 68.6%(437개 사)는 통지 전자화가 이뤄진다면 자연스럽게 전자 투표 채택 회사와 참여 주주 비율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지가 간편해지면서 실제 투표 행사율도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올 3월 정기주총에서 전자투표시스템(K-VOTE)을 도입한 상장사는 전년보다 15.5% 늘었지만 투표 행사율은 9.75%에 머물고 있다. 이마저도 국민연금이 전자 투표 방식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데 따른 것이다. 상장협의 한 관계자는 “전자 투표 등이 활성화하려면 전자 통지부터 총회의 전자화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행 상법은 주총을 개최할 때 본점 소재지 또는 이에 인접한 곳에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전자 주총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며 “상법 개정 등 전자 주총을 도입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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