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오더컷(주문 축소) 공포에 반도체주가 급락하며 코스피지수가 2600선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미국과 중국 기업의 서버 수요가 급감했다는 소문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크게 하락했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SNAP)의 실적 악화 예고가 겹치면서 NAVER(035420)(네이버)가 신저가를 경신하는 등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1.51포인트(1.57%) 떨어진 2605.87에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보다 8.44포인트(0.32%) 낮은 2638.94에서 출발한 뒤 낙폭이 커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262억 원, 2815억 원어치를 내다팔며 하방 압력을 가했지만 개인은 5825억 원 순매수에 나서 쏟아진 매물을 소화했다.
장중 증시가 추가 하락한 이유는 반도체 오더컷 우려였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서버 반도체 주문 물량을 축소했다는 루머가 돌면서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B하이텍은 각각 전날보다 2.06%, 3.98%, 5.39% 하락했다.
다만 증권가에서 오더컷으로 인한 실적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업체의 오더컷은 사실이 아니고 중국향 수요는 이미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약세를 지속하고 있었기에 루머의 근거는 부족하다”면서도 “향후 수요와 가격 약세를 우려하는 투자가들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선행지표들의 악화는 수요 둔화까지 반영하고 있었다”며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이미 줄어든 주문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의 스냅이 시간 외 거래에서 30.9% 폭락하며 메타(-7.08%)와 트위터(-3.54%) 등 플랫폼주도 급락한 사실이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는 전날보다 각각 4.14%, 2.77% 떨어졌다. 네이버는 이날 26만 6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전 저점 27만 원을 밑돌았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인터넷기업의 약세에 네이버·카카오 등 기술주가 동조화됐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에서 이날 742개 종목이 내렸고 상한가 1개 종목을 포함해 136개 종목이 올랐다. 보합권은 50개였다.
거래 대금도 쪼그라들었다. 코스피시장의 거래 대금은 전날 올해 최저 수준인 7조 8152억 원을 기록했고 이날도 8조 5986억 원으로 그쳤다. 코스피시장의 거래 대금은 지난달 평균 10조 8666억 원이었으며 이달 들어서는 9조 6743억 원대로 내려앉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최근 코스피의 극심한 거래 대금 부진 속에 심리적 불안과 수급 변동성 확대가 코스피를 흔들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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