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두 달간 10% 가까이 하락했던 금값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소비 등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금의 대체재로 여겨졌던 비트코인이 맥을 못 추고 있는 점 역시 금의 안정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24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오후 3시 기준 전장 대비 4.09달러(0.22%) 오른 트로이온스당 1851.8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9일부터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보이며 1850달러 선을 회복했다. 3월 초 이후 두 달 이상 내리막길을 걷던 금값이 다시 반등의 조짐을 보인 것이다.
금값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진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3월 초 금선물이 트로이온스당 2043.3달러까지 치솟는 등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유럽·중국 등의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며 달러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보이자 가격이 주춤하며 두 달 사이 11.9% 하락해 13일 1807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실물 금값인 런던귀금속거래소(LBMA)의 금 시세(Gold Price PM)를 추종하는 대표적인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골드 트러스트(GLD)’의 가격 추이를 살펴봐도 비슷한 모습이다. GLD는 3월 8일 191.51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하락 반전해 이달 13일 168.7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등해 현재 172.83달러까지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로 미국 주식시장이 성장주·가치주 가릴 것 없이 크게 휘청이고 있는 상황이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형주 KB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은 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상승한다”며 “전쟁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경제에서 취약한 부분들을 중심으로 꼬리 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는데,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면 어떤 위험을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암호화폐의 추락도 투자자들이 금에 눈을 돌리게 한다. 지난해 초만 해도 금값은 떨어지고 비트코인 가격은 상승세를 타면서 암호화폐가 대체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비트코인은 미국 증시와 동반 약세 현상을 보이며 최근 한 달 동안에만 24% 이상 추가 하락해 3만 달러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날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 시세가 8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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