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임기를 끝마치는 국회의장단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첫 야당 인사와의 만찬이자 입법기관 수장을 집무실에 처음으로 초청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만찬 전 용산 대통령실 5층 집무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정진석(국민의힘) 국회부의장, 김상희(더불어민주당) 국회부의장, 이춘석 국회 사무총장을 맞았다. 이들 의장단은 오는 29일을 끝으로 임기를 마무리한다. 국민의힘 몫으로 뒤늦게 선출된 정 부의장만 올해 12월31일까지가 임기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접견부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박 의장에게 지난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환영 만찬 당시 박 의장이 바이든 대통령과 찍은 기념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박 의장은 “고맙다”고 말했고, 정 부의장은 “절친한 사이처럼 찍으셨다”며 웃었다. 박 의장이 “(윤 대통령의) 사인을 하나 받아야 되겠다”라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액자) 뒤에다 해 드릴까요”라며 서명했다.
국회 최다선인 6선의 박 의장은 “제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원 의원을 얼마나 했냐’고 물었더니 윤 대통령께서 ‘상원 의원을 36년하고 부통령을 8년 했다’라고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나에게 얼마나 했냐고 하길래 ‘22년’이라고 했더니 웃더라”라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을) 제일 오래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국 기준으로 보면 (저는) 아직 주니어다”라고 농담을 던졌다.
윤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 방(집무실)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애기를 했는데, 제가 ‘중학교 다닐 때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우리가 김포공항 도로변에 나가서 환영한 기억이 난다’고 했더니 (바이든 대통령이) ‘내가 포드 때부터 상원 의원이었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은 “(제가) 국민학교 6학년 때 이미 상원 의원이 된 것”이라며 “29살에 당선이 됐는데 미국은 법상 30세가 돼야 상원 의원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상원은 열렸는데 조금 기다렸다가 활동을 했다더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만찬 당시 박 의장을 뒤늦게 초청됐던 일화도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만찬 당일) 아침에 (박 의장에게) 전화를 드려서 '어제 국무총리 인준 감사드리고, 이따가 저녁에 뵙겠습니다'라고 했더니 (박 의장이) '저는 대상이 아닌데요'라고 해서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비서실장은 “(당시에) 국빈 만찬이 아니어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외교부에 뭐라 하니까 아마 외교부 의전장이 (박 의장을) 직접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의장단은 용산 국방컨벤션으로 이동해 만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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