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결국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1.4%포인트나 높였다. 한은이 4%대 물가 전망을 내놓은 것은 2011년 7월(연 4.0%) 이후 11년 만이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2%대 후반대로 낮춰 잡았다.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는데 경기는 점차 둔화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점차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26일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4.5%, 2.9%로 전망했다. 올해 2월 발표한 전망치는 올해 3.1%, 내년 2.0%였다. 한은은 올해 물가를 두고 2.0%(지난해 11월), 3.1%(올해 2월), 4.5%(5월) 등으로 3개월마다 대폭 상향 조정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은 이달 초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대를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를 기록한 데 이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산적한 만큼 5%대를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생산자물가도 상승해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은은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은 3.3%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석유류에 국한되지 않고 식자재부터 공산품까지 생활 물가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물가 전망치를 4.2%로 대폭 올려 잡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7%로 0.3%포인트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2.5%에서 2.4%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것도 1년 만이다. 지난해 5월부터 8월, 11월, 올해 2월까지 한은은 올해 성장률 3.0% 전망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경기에 부담이 되고 있고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도시 봉쇄로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는 만큼 성장률 하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은뿐 아니라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내려 잡고 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8%로 0.2%포인트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우리나라 성장률은 3.0%에서 2.5%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민간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은 2.9%에서 2.5%로 0.4%포인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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