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품·에너지·비료 가격 급등이 세계 경제를 침체(recession)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세계은행(WB) 총재에게서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맬패스 WB 총재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행사에서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세계 4위 경제 대국인 독일의 성장률이 이미 상당히 둔화했다”며 “비료 생산 감소 등이 다른 지역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에 그쳤다.
맬패스 총재는 “어떻게 침체를 피해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방법을 찾기 힘들다”며 “에너지 가격이 2배 오르는 것만으로도 경기 침체의 방아쇠를 당기기에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사전적으로 경기 침체는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이다. 지난달 WB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4.1%에서 3.2%로 낮춘 바 있다.
이날 국제금융협회(IIF)도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6%에서 2.3%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국·유로·일본 등 G3 선진국은 1.9%로 내다봤고 중국의 성장률은 이전 예상치인 5.1%에서 3.5%로 크게 낮췄다.
한편 러시아가 서방의 자국 제재를 완화한다면 반대급부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곡물 수출 길을 열어줄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인플레이션 완화 가능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이 관영 매체에 “흑해 항구들에서 곡물을 실어 나르는 배에 인도주의적 통로를 열어줄 의향이 있다”며 “대신 각국은 러시아 제재를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서방이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비료 수출 금지 제재를 풀어주는 대신 흑해의 곡물 수출길을 여는 방안을 우크라이나·터키 등과 논의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되면 식품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서방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공약(空約)에 대응해 제재를 완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제재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이 잔인한 전쟁을 멈출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도 “터키와 같은 흑해 인근 나라들이 우크라이나 곡물선을 보호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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