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5년 만에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기업들도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회사채 시장의 충격이 커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이자 비용 등이 급증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시장의 회사채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지표인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 금리 차이)’는 25일 78bp(1bp=0.01%포인트)를 넘어서 2년 전 코로나19 사태 당시 최고치(77bp)보다 높았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는 정부가 발행 주체인 국고채 대비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인식돼 금리도 더 높은데 요즘처럼 경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그 격차가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에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에 지갑을 닫으며 사려는 수요가 줄어 금리가 더 오르는 것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보유 중인 채권 가격은 하락해 투자자들의 채권 평가 손실이 불어나게 된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채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특히 미국이 물가 추이를 감안해 중립금리 이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계속 언급하면서 부담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실제 올 들어 국내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약 18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5조 원 대비 급감했다. 롯데케미칼과 SK에코플랜트·CJ프레시웨이 등 대기업 계열사들까지 회사채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고 미매각이 발생해 증권사 등이 물량을 떠안기도 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통로는 좁아졌는데 발행금리는 올라 기업들의 이자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5일 무보증 3년물 회사채(AA-) 금리는 3.74%를 기록해 1년 전 같은 날 금리인 1.89% 대비 2배 가까이 뛰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8조 6900억 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금리 부담이 커지자 회사채 시장에서 매년 조(兆) 단위 자금을 확보했던 LG화학과 SK하이닉스·현대오일뱅크 등 우량 기업도 자취를 감췄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최대한 보유 현금을 끌어 빚을 갚거나 은행 대출로 선회하는 모습”이라며 “자칫 회사채 발행에 실패할까 시장 노출을 꺼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회사채 금리 상승이 기업 펀더멘털 때문이 아닌 통화정책 이슈인 만큼 하반기에는 저가 매수를 노린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향후 금리 인상 스케줄은 시장에 반영이 된 만큼 경기 침체나 기업들의 실적 하락이 가시화하지 않으면 하반기 회사채 시장이 살아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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