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지친 개미 투자자들이 외화 가치에 연동하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통한 환테크에 나섰다. 그간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한 미국 달러는 하락, 약세를 지속한 일본 엔은 상승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고 베팅하는 모습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에 유의할 것을 조언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월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달러선물인버스 ETF를 총 338억 원 순매수했다. 거래소 미국달러선물지수를 각각 -2배, -1배 추종하는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261260)’와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261270)’를 222억 원, 92억 원으로 차례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어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139660)(3억 원)’ ‘KOSEF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230480)(15억 원)’ ‘TIGER 미국달러선물인버스2X(261120)(6억 원)’ 역시 순매수를 기록했다.
한편 개인들은 엔화 상승에 투자하는 ETF 역시 최근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엔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TIGER 일본엔선물(292560)’의 개인 수급은 3월(11억 원), 4월(25억 원)에 이어 5월(26일까지 5억 원)에도 순매수세를 유지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말에서 올해 초까지 해당 ETF에 대해 순매도세를 이어왔다.
코스피가 2600선 언저리에서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자 개인들이 환 투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달 들어 1290원 선을 돌파하며 약 1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이후 숨 고르기에 들어가자 하반기에는 달러가 약세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부터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선물레버리지 ETF에 대해서는 14억 원가량을 팔아치웠다. 반면 올 들어 약세를 거듭하며 원 환산 가치가 심리적 지지선인 1000원을 뚫은 후 지난달 960원 선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이날 기준 990원 선을 회복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지속되거나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달러의 경우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 긴축(QT)을 앞두고 있는 데다 글로벌 저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올해 말까지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 전반적인 고물가·저성장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달러화 강세가 뒷받침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확인된 상단 수준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화에 대해서는 반등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커 투자 매력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추가적인 약세는 제한되겠지만 안전 자산으로서의 지위가 약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강세 전환 후 기대 수익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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