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로켓 시스템을 포함한 장거리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로 방어용 무기와 단거리 공격 무기만 제공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더 나아간 것이다. 더불어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확전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도 교환했다.
통신은 미국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현재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을 지원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HIMARS는 포탄의 유형에 따라 최대 사정거리가 300km에 달한다.
그동안 미국은 다른 국가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는 것에는 반기를 들지 않으면서도 자국의 장거리 무기 지원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경우 전쟁이 확대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미국 내 무기 재고가 줄어드는 것도 쟁점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의 입장이 조심스럽게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미국은 자국이 지원하는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 등 확전 행위에 쓰이지 않도록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최근 만나 확전 위험에 대한 양국의 의견을 공유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확전 가능성에 대해 (양국 간) 공통의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도 "미국이 지원하는 무기에 지리적인 제한을 두거나 우크라이나의 손발을 지나치게 묶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확전을 향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악어가 당신의 다리를 먹고 있는 와중에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돈바스에서 더디지만 점진적으로, 그러나 분명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라며 "우크라이나는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포함한 더 많은 군사 지원을 필요로 한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수도 키이우 점령에 실패하자 병력을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 집중해 공격하고 있다. 돈바스 교전은 소모전처럼 이어지다가 최근 다시 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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