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진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며 그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과 만나려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영업 제한이 풀린지 한참 된 지금도 시간이 조금만 늦으면 길거리는 여전히 귀가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더 오래 있고 싶어도 대중교통이 끊기고 나면 집에 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없기 때문입니다. 택시를 잡으려고 1시간을 서 있어도 도저히 잡히지 않고, ‘따릉이’와 킥보드도 발 빠른 사람들이 선점합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걸어서 귀가하거나 숙박업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첫 차를 기다려야만 하죠. 이제 좀 늦게까지 놀 수 있나 했는데, 대체 그 많던 택시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요?
실제로 코로나19를 겪으며 택시 수는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전국 택시기사는 2만 6917명이 줄었는데요. 특히 법인 택시는 10대 중 7대가 멈춘 상황이에요. 사람들이 밖을 돌아다니는 횟수가 줄어들자 자연히 택시를 타려는 사람도 줄었습니다. 그에 반해 같은 기간 배달 일자리는 늘어났고, 택시 운전 일을 할 만한 젊은 사람들은 다 배달일을 하기 시작했죠. 택시기사의 절반 이상이 70대일 정도로 택시 기사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인데요. 종일 택시를 운전하는 것보다 배달 몇 건을 뛰는 게 수입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배달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는데 택시비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한몫 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터지면서 LPG 가격도 폭등했습니다. 지난 22일 기준 LPG 가격은 리터당 1133원으로 1년 전 대비 26.1% 올랐는데요. 택시비는 오르지 않은 채 연료비만 더 들어가니 택시 기사들의 전업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었죠. 택시 업계의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면서 지자체들은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지자체들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지하철, 시내버스의 심야 운행 재개입니다. 대중교통 심야 운행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중단됐었는데요. 타려는 사람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대중교통 적자를 줄이는데 심야 운행 중단이 한몫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뒤에도 한동안 심야 운행을 재개하지 않았습니다. 대중교통의 심야 운행 재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순차적으로 지하철 막차 시간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어요.
하지만 당장은 지하철 심야 운행을 재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서울시는 ‘승차 지원단’을 지난 12일부터 도입했습니다. 강남, 종로, 홍대 등 심야 택시 수요가 많은 곳에 승차 지원단을 파견해 택시와 승객을 거리와 상관 없이 1:1로 짝 지어주는 제도인데요. 이에 참여하는 택시 기사들에겐 건당 최대 7000원의 지원금을 시에서 지급하고 있습니다.
몇몇 지자체에서는 택시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거나 단행하기도 했습니다. 강원도나 부산은 이미 택시 기본요금을 15%가량 인상했고요. 경기나 인천, 대구, 광주광역시도 요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죠. 특히 서울시는 심야 할증 적용 시간을 밤 12시에서 오후 10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본적인 요금 인상 없이는 택시 업계를 떠난 기사들을 다시 데려오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죠.
하지만 이렇게 돈을 들여 심야 택시 대란을 수습한다 해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대중교통 적자 부담은 심해질테고, 안 그래도 높은 물가상승률에 택시비까지 오르면 서민들의 지갑은 더 얇아지겠죠. 법인 택시의 경우 수입 일부를 회사에 지급하는 사납금 제도나 높은 택시 플랫폼 수수료 등의 구조적 문제 해결까지 동반되어야 할 텐데요. 이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 아쉬운 상황입니다. 다가오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마다 심야 택시 대란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조만간 늦은 시간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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