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머티리얼즈(020150)의 매각이 이르면 다음 달 초 투자설명서 배포를 시작으로 본격화한다. 인수 후보들은 회사의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고 글로벌 대기업까지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3조 원 안팎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는 일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이르면 다음 달 초 투자제안서(IM)를 잠재적 인수 후보 기업들에 보낼 예정이다. 통상 매도 측은 투자제안서 발송 4주 후 예비입찰에 해당하는 투자의향서(LOI)를 받기 때문에 예비입찰은 7월 중순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롯데케미칼(011170)·LG화학(051910) 등 주요 대기업과 칼라일그룹·KKR·블랙스톤·TPG·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티저레터(간단한 투자설명서)를 받았거나 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통 있는 유럽의 화학기업들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플라스틱 제품 중 하나인 이소불화비닐(PVDF)은 2차전지 양극재의 재료로 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 소수의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동박 회사를 인수해 배터리 소재 사업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유럽 최대의 전기차 개발 사업인 폭스바겐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들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배경으로 전해졌다.
일진머티리얼즈의 매각 대상 지분은 최대주주인 허재명 이사회 의장이 보유한 주식 53.3%다. 코스피 상장사인 일진머티리얼즈의 27일 기준 시가총액은 3조 6381억 원으로 매각 소식이 알려진 직후 4조 2000억 원이던 시총이 적잖이 조정을 받아 2조 5000억~3조 원을 호가하던 매각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수를 검토하는 복수의 후보 기업들은 일진머티리얼즈의 미래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자금 마련에는 일부 우려를 나타냈다. 한 PEF 관계자는 “성장성을 갖춘 알짜 기업이지만 글로벌 긴축이 본격화하기 전에 매물로 나왔다면 투자를 추진하기가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면서 “3조 원에 가까운 매각 예상가를 다 부담하기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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