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밥상물가 잡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해 밀가루와 커피 등 치솟는 수입 원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다만 생산자의 부담을 덜어내는 정책을 소비자가 빠르게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30일 발표된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따르면 밥상물가 안정 대책의 핵심은 식료품의 원가 상승 압력을 완화해 생산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할당관세(일시적으로 관세 인하) 적용 확대·부가가치세 면제 등 각종 세제 조치를 동원한다. 먼저 기존에 22.5~25%의 관세가 적용되던 수입 돼지고기 5만톤에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원가가 최대 20%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외에도 대두유·해바라기씨유(5→0%), 밀가루(3→0%), 밀(1.8→0%)도 할당관세가 새로 적용되며, 계란가공품에 적용된 할당관세 0%는 연말까지 연장된다. 사료용근채류의 경우 할당물량이 70만톤에서 100만톤으로 늘어난다.
수입산 커피와 코코아원두에 붙는 부가가치세(10%)도 내년까지 면제된다. 이경우 정부는 커피원두 원가가 9.1% 인하될 것이라고 본다. 관세 과세가격 결정시 적용되는 환율도 외국환매도율(은행 매도율)에서 기준환율(외국환중개회사가 고시하는 환율)로 변경된다. 통상 기준환율은 외국환매도율보다 약 1% 낮아 수입 비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의제매입세액공제도 확대한다. 정부는 식품 제조업과 외식업계의 식재료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면세농산물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 한도를 2023년 말까지 현행 40~65%에서 50~75%로 10%포인트 상향한다. 제분업체의 밀가루 가격 상승분의 70%를 국고로 지원하는 정책도 하반기에 시행되며, 가공·외식업계의 원료매입 및 식자재 구매를 위한 융자 지원을 늘린다. 김치와 된장·고추장 등 병과 캔으로 개별포장된 12개 가공식료품의 부가가치세도 2023년까지 면제된다.
다만 원가 부담을 덜어 물가를 내리려는 정책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연초대비 51% 오르며 물류비와 제조비용이 덩달아 오르고 있고, 최근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인력 충원 수요가 늘며 인건비 상승 조짐까지 보이며 유통 단계에서의 가격 상승 압력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길어지며 원가 상승 압력도 여전하기도 하다.
할당관세가 물가 잡기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2011년 물가를 끌어내리기 위해 밀가루(4.2→2.5%), 대두유(5.4→4%)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는데, 밀가루 1㎏ 가격이 연초 1244원에서 연말 1352원으로, 대두유 1.8ℓ 가격은 연초 5200원에서 연말 605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최근의 물가 자극 요인이 해외에 있고, 물가 상승 압력이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단계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라며 “생산자 단계에서 원가 부담을 덜어내는 정책에 일차적으로 집중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이번 조치를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업계와 긴밀히 협력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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