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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4억 빌리면 이자 120만원…"차라리 월세 살래요"

[5월 서울 전월세 전환율 3.19%]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 더 높아

보증금 올려주기보다 월세 선택

금리 더 오르면 차주부담 가중될듯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84㎡형 아파트에 2018년부터 전세로 살고 있는 A 씨. 6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은 A 씨에게 전세보증금을 11억 원으로 현재보다 4억 원 더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아이 학교와 직장 문제도 걸려있던 터라 이사를 하기보다 재계약이 낫다고 판단한 A 씨. 보증금 증액분은 대출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해 은행을 찾았다. 하지만 A 씨는 발길을 돌렸다. 3% 후반대로 치솟은 전세대출 금리 때문이었다. 4억 원을 빌린다면 한 달 이자만 120만 원 정도를 내야 했다. 결국 A 씨는 차라리 월세가 낫겠다 싶어 집주인과 보증금 7억 원에 월세 100만 원을 내는 반전세 계약을 맺었다.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에 시중금리도 치솟으면서 월세보다 전세대출 이자가 더 많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금리가 앞으로 상승할 여지가 큰 만큼 세입자의 부담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서울 지역의 연간 전월세 전환율은 3.19%로 집계됐다. 전세보증금 1억 원을 월세로 돌릴 경우 연간 319만 원, 매달 27만 원가량을 월세로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이날 기준 국내 4대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 밴드의 하단 평균은 3.61%, 상단 평균은 4.59%로 집계됐다.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가 전월세 전환율보다 적게는 0.42%포인트, 많게는 1.4%포인트 높다. 이는 같은 금액의 보증금을 월세로 돌렸을 때보다 대출을 받을 경우 은행에 내야 할 이자가 더 많다는 의미다. 1억 원을 은행에서 빌렸을 경우 은행 이자(밴드 평균 적용)가 월세보다 매달 최소 3만 6000원에서 최대 11만 7000원 정도 더 많은 셈이다.



실제로 최근 거래되는 전월세 계약을 살펴보면 대출이자보다 월세가 더 싸게 추정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된다. 노원구 상계동 K아파트 84㎡형의 경우 최근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등록된 전세 매물의 가격은 7억 7000만~9억 원 수준인데 4월 계약한 한 사례를 보면 보증금 6억 9000만 원에 월세를 25만 원을 내기로 돼 있다. 2년 전 임대차계약에서 전세보증금이 6억 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이번 계약에서 최소 1억 7000만 원 정도의 보증금을 올려줘야 했는데 보증금은 9000만 원을 올려주는 대신 월세를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보증금 증액분 1억 7000만 원을 대출로 충당했을 때 대출이자는 최소 65만 원(시중은행 금리 밴드 중앙값인 4.1% 적용시). 하지만 9000만 원을 대출 받고 월세로 25만 원을 낼 경우 한 달 부담액은 대출이자 31만 원을 포함해 56만 원으로 대출이자보다 9만 원 정도 싸다.

앞으로 기준금리가 상승해 시중금리가 올라갈 여지가 큰 만큼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이자가 월세보다 많아지는 경우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의 여수신 금리가 당분간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전세대출 금리 역시 코픽스에 연동되는 만큼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월세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전월세 전환율도 함께 끌어올려 일부 월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금리 상승이 지금 당장에는 차주에게만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임대차 시장에 영향이 미친다면 일반인들에게도 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상승이 무조건 월세 가격을 끌어올린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도 “이자 부담이 늘고 전월세 전환율도 오르면 월세 시장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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