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돗물 관리에도 활용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특히 상수도 관리에 AI 기술을 적용할 경우 취수원의 갑작스러운 수질 변화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연간 100억 원에 가까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세계 최초로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정수 처리 공정 운영을 자동화한 ‘스마트 정수장’ 구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 정수장은 빅데이터 기반의 AI 기술을 적용한 자율 운전과 예지 보전(설비 이상을 예측해 유지·보수), 에너지·안전관리 등이 융합된 지능형 정수장이다. 생산량과 소독 약품 주입 등 정수장 운영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활용된다. 특히 소독 약품 주입의 예측 정확도를 높여 취수원의 수질 급변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사물인터넷(IoT)과 AI 기술을 활용해 설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분석한 뒤 이상 징후를 자율 진단하는 데도 탁월하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설비에 대해서도 AI 기술을 적용한 실시간 전력량 감시·분석·제어를 통해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안전관리 분야에서도 CCTV 영상을 기반으로 한 AI 영상 분석 및 검출 기술을 활용하면 주요 설비 사고를 재빨리 파악해 대응할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달까지 화성정수장을 대상으로 한 스마트 정수장 시범 사업을 진행해 효과를 검증했다. 이를 토대로 내년까지 전국 43개 광역 정수장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주요 정수 처리 공정 자율 운영 등의 통합 플랫폼을 개발하고 현장 시운전을 진행한 결과 약품량 4%와 전력량 5%를 절감해 연간 1억 원의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모든 광역 정수장으로 확대 적용할 경우 매년 95억 원가량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자원공사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 정수장과 연계한 ‘디지털 트윈 정수장’ 구축을 통해 미래 예측까지 가능한 물관리에 도전하고 있다. 컴퓨터에 현실과 똑같은 조건을 구현한 뒤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하는 기술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3D 구현과 시스템 통합으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활용한 모의 훈련을 진행하면서 근무자의 역량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자원공사는 디지털 트윈 정수장에 대해 내년까지 시범 사업을 완료한 뒤 2024년부터 모든 광역 정수장에 이를 확대·구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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