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은 세금을 인하해 생산자의 부담을 덜어내는 데 집중돼 있어 소비자가 체감하는 ‘진짜’ 물가를 빠르게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치솟는 밥상 물가의 원인이 높은 수입 원가뿐만 아니라 유가 급등에 따른 물류비·제조비 상승, 구인난에 따른 인건비 부담 가중 등 복합적이어서 이번 대책이 효과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30일 물가 안정을 골자로 한 ‘긴급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가 발표되자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신선 식품을 제외한 수입 상품 대부분은 수입 단가를 낮추기 위해 큰 물량으로 계약한다”며 “이미 관세가 부과돼 가격을 낮추기 힘든 상품들이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식용유·밀가루 등 식품 원료 7종에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하는 이번 대책이 실제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할당관세가 물가 잡기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2011년 밀가루(4.2→2.5%), 대두유(5.4→4%)에 할당관세를 적용했는데, 밀가루 1㎏ 가격이 2011년 1월 평균 1244원에서 같은 해 12월 1352원으로, 대두유 1.8ℓ 가격은 같은 기간 5200원에서 6050원으로 올랐다.
이번에도 할당관세 적용의 효과를 보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제조·유통 단계에 가격 상승 압력 요인이 가득한 탓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연초 대비 51% 올라 물류비·제조비가 덩달아 뛰고 있고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인력 충원 수요가 늘며 인건비 상승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대부분의 수입산 밀과 돼지고기에 이미 관세 0%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제분용 밀의 99.8%는 미국과 호주·캐나다산인데 모두 FTA 체결 국가다. 미국과 유럽산 돼지고기 역시 이미 관세 0%를 적용 받는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대하는 것만큼 영향이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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