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신(新)남방’ 지역에서 전기차 패권 경쟁에 나선다. 일본이 독식하고 있는 신남방 지역에서 현대자동차가 생산공장을 새롭게 구축하면서 전기차 시장 선점을 추진하자 경쟁업체들도 속속 뒤를 따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005380)는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해 전기차 ‘아이오닉5’ 양산을 시작한 상태다. 여기에 자극받은 중국과 일본 업체가 현지 생산 체제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는 내년 전기차 양산을 목표로 태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에 나섰다. 중국 만리장성자동차(GWM)도 태국 생산공장에서 2024년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기차 경쟁’에서 선수를 뺏긴 내연기관차 선두 토요타는 일본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024년부터 태국에서 전기차 ‘bZ4X’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한·중·일 완성차 업계의 현지 생산 추진은 아직 형성되지 않은 현지 전기차 시장 선점에 우위를 점하겠다는 각 기업별 전략에 신남방 지역 정부의 지원책이 더해진 결과다. 현지 정부는 자동차 산업 확대를 위해 자국 내에 생산공장을 짓는 업체에 더 많은 지원을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내 전기차 생산 기업에 각종 세금 혜택을 주고 있고, 태국은 현지 생산 계획을 제시한 업체에만 전기차 한 대당 최대 15만 바트(약 56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수입 관세율 또한 40% 인하해주고 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공장을 앞세워 초반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 12월부터 총 15억 5000만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브카시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현지 전략형 SUV 크레타에 이어 전기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다.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에서 공개 약 한달 만에 1587대가 계약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현지에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해 선점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셀 합작공장은 2023년 상반기 완공해 2024년 상반기 중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전기차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가장 위기를 느끼는 국가는 일본이다. 신남방 지역 자동차 시장은 지금까지 일본 제조사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전기차 시장 선점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로 인해 시장 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자본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사정을 우려하는 여론이 형성돼 있고, 한류 등 영향으로 한국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높은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조사는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 집중해 왔다”며 “국내 업계가 현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내세우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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