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독립계 자문사인 BDA파트너스(BDA)가 최근 주요 대기업의 구조조정부터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한 거래를 도우며 눈길을 끌고 있다. BDA는 아시아에 특화한 강점을 살려 대기업이 해외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의 조력자로 나섰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BDA는 두산에너빌리티(034020)의 원전서비스 자회사인 밥콕 매각에서 두산을 자문했다. 앞서 BDA가 두산건설을 큐캐피탈 컨소시엄에 파는 데 성공시키자 두산그룹이 또 다시 맡겼다.
엇비슷한 시기에 BDA는 롯데지주(004990)가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미국 시라큐스 소재 바이오 제조시설을 살 때 BMS측을 대리했다. SK에코플랜트의 첫 대형 인수 건이던 싱가포르 전자 폐기물 기업 테스(TES)에서는 매각 측을 대신해 SK에코플랜트와 거래를 성사시켰다. 그 밖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을 자문해 미국 NEC에너지솔루션 인수 계약을 맺었다.
밥콕 매각에서는 지난해까지 주요 국가가 원자력에너지를 축소하는 국면에서 인수자를 찾는 게 급선무였다. BDA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전 사업을 확장해온 프랑스에서 인수에 적극적이던 알트레드를 찾아냈다. 그러나 매각 협상 과정에서 또 하나의 관문이 있었다. 바로 스코틀랜드가 본사인 밥콕은 그 나라 법에 따라 우리의 국민연금 역할을 하는 근로자 퇴직 연금을 근로자와 사업주가 민간 보험사와 계약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수자인 알트레드 측은 매각 전까지 퇴직 연금 계약은 분할해 두산에 남기길 원했고, BDA는 계약분에 대한 가치 평가와 분할 작업을 담당했다. 두산 측이 독특한 거래 관행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BDA창업자인 찰스 메이너드(Charles Maynard)전 회장이 두산그룹, 알트라드와 각각 맺은 오랜 신뢰가 영향을 미쳤다.
롯데지주의 BMS 제조시설 인수는 초반에는 BMS측이 바이오 문외한인 롯데에 입찰 참여 기회조차 주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롯데는 매각자문사였던 윌리엄블레어와 BDA에 도움을 요청해 입찰에 참여했다. 롯데는 가까스로 응찰 했지만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서는 탈락했다. 그러나 우협이 됐던 인수자가 수년이 걸리는 환경오염 검토를 요구하며 마찰을 빚자 BDA는 그 틈을 파고들었고,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4월 직접 시라큐스를 방문해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SK에코플랜트의 테스 인수에서도 난관은 있었다. SK에코플랜트는 국내 건설사 중 가장 선제적으로 환경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싱가포르에서는 그저 한국의 중견 건설사에 불과했다. SK에코플랜트가 테스를 낙점하고 대주주인 사모펀드 나비스 캐피탈에 인수 제안을 했지만 나비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던 것. 나비스는 BDA에 SK에코플랜트의 재무제표에 현금성 자산이 적다면서 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는 다른 후보와 경쟁 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BDA는 SK그룹의 환경 사업에 대한 의지와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조달 청사진을 설명하며, 단독 협상을 유도했다. 결과적으로는 빠른 시간 안에 적절한 가격으로 매각이 이뤄지며 모두가 만족한 거래가 됐다. BDA가 SK그룹과 꾸준히 소통하며 그룹의 복안을 파악한 결과다.
BDA는 좀처럼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LG에너지솔루션의 뒤에서 일본 NEC그룹의 미국 자회사인 NEC솔루션을 인수를 도우며 화제를 모았다. 거래 규모는 1000억원 안팎으로 작지만, 국내 기업이 일본의 미국 자회사를 인수하는 거래인 데다 2차 전지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전지 재사용을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운영 사업이라는 새 먹거리를 확보하는 의미가 있었다. 미 전역에 100개 이상 ESS를 운영하는 NEC에너지솔루션은 전체 ESS를 관리해 가장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분배하는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BDA가 전기차에서 쓰던 배터리를 태양광·풍력 발전소에서 다시 쓰는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변화를 읽지 않는다면 이 기업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은 여러 차례나 최종 매각이 무산된 까다로운 거래였고 롯데나 LG 그룹 역시 의사 결정이 보수적이어서 쉽지 않은 편”이라면서 “SK에코플랜트 역시 국내 상황을 모르는 해외 매도자를 설득하는 과제가 있던 거래”라고 전했다.
1996년 뉴욕과 싱가포르 지사를 두고 설립한 BDA는 서울과 상하이·홍콩·도쿄·뭄바이·호치민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서울사무소는 맥쿼리·삼성증권 출신의 이현 대표와 리먼브라더스·만도를 거친 장경국 전무가 주축이다. 또 다른 강소 IB인 윌리엄 블레어, 일본개발은행과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다. 여타 글로벌IB가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면서 상대적으로 아시아 시장에 비중이 적은 것을 겨냥해 아시아에 집중하는 자문사 임을 내세우고 있다.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