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님, 저희 티바(tea bar·다양한 차를 코스로 즐길 수 있는 공간)에서 찍은 사진 ‘폴꾸(폴라로이드 꾸미기)’ 해봐요.”
지난 27일 낮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가족이나 친구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한쪽에서는 멘토님·멘티님 호칭이 오갔다. LG유플러스(032640) MZ세대 직원들이 ‘하늘같은’ 임원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는 ‘리버스 멘토링’ 현장이다. 김혜원(28)·이민희(26) 컨슈머부문 사원이 멘토로 나섰고 안형균(53) 기업영업2그룹장(상무)이 멘티다.
전직원의 60%가 80~90년대생인 LG유플러스는 4년째 리버스 멘토링을 운영 중이다. 올해 1월에 입사한 신입사원 중 40%가 지원할 정도로 인기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아이템 선정부터 활동 시간·장소까지 철저한 자율을 보장한다”며 인기 배경을 설명했다.
김 사원과 이 사원은 ‘임원들에게 MZ세대의 티켓팅 문화를 알려주겠다'는 컨셉으로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멘토가 됐다. 이날 이들은 평소 웨이팅이 많다는 노티드도넛과 소금집의 잠봉뵈르를 사고 왔다. 안 그룹장은 “요즘 맛집들은 일단 너무 예쁘게 생겼네”라며 신기해 했다. 이 사원은 “요즘 개인 가게들은 다 자기들만의 캐릭터가 있다”며 “삼성전자에서 노티드도넛 콜라보로 갤럭시 버즈 케이스를 내기도 했다”며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리버스멘토링에는 신입사원 멘토 21명과 임원 10명이 선정돼 활동 중이다.
리버스멘토링 참가자들은 사무실을 떠나 메타버스 전시회 방문·댄스챌린지 참여·인생샷 찍어 SNS에 업로드 등을 함께 하다 보니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됐다. 대학생 자녀가 있는 안 그룹장은 “20대 멘토들은 우리 세대와 달리 경험 그 자체를 정말 소중히 여긴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리버스멘토링에 참여한 유다현 ESG추진팀 사원은 “윗세대와 차이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부분도 많았다”며 “서로 다르게만 보지 않고 공감한다면 갈등이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재용 스마트팩토리 사업담당 상무는 “MZ세대 직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인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곽연선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기업이 커질수록 소통이 어려운데 리버스 멘토링을 통해 소통 활성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했다. 또 “MZ세대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의 경우 신입사원은 고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라며 “임원들 노하우와 신입사원의 센스를 조합해 신제품·서비스 등을 기획할 때 경영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