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하던 2030세대의 서울 주택 매수세가 최근 다시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및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4월 매매된 아파트 절반을 청년층이 구입한 것이다. 금리 인상 기조에도 불구하고 각종 규제 완화가 예고되자 실수요 비중이 높은 청년층 일부가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4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30대 이하 매수자 비중은 42.3%로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특히 노원구에서는 161건의 거래 가운데 절반 이상인 89건(55.3%)을 2030세대가 사들였다. △관악구(55.6%) △성북구(50.7%) △금천구(47.6%) △구로구(45.7%) 등에서도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이 높았고 도봉구와 강북구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42.3%와 35.0%를 기록했다.
서울 전역으로 봤을 때 2030세대의 매수 비중은 약 2년 전인 2020년 8월 40.4%로 40%를 돌파한 후 지난해 9월 44.1%로 고점을 찍고 하락했다. 특히 올해 2월에는 36.0%까지 떨어지는 등 움츠러드는 모습이었지만 이후 2개월 연속 오르며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3월부터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며 각종 규제 완화 공약이 쏟아지자 실수요자 비중이 가장 높은 2030세대가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매입에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실수요 비중은 각종 통계 및 보고서 등에서도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최근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총 4개의 연령군(30대 이하, 40대, 50대, 60대 이상) 가운데 추후 주택 구입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30대 이하가 64.8%로 가장 높았다.
박 전문위원은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8월부터 본격적인 전세난이 도래해 2030세대의 주거 안정성이 흔들릴 위험이 있는 가운데 앞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 완화까지 예고돼 있는 만큼 지난해 중순까지 고조됐던 청년층 매수세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