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호텔 애망빙(애플망고 빙수) 실물 영접. 평일인데도 40분 정도 웨이팅해서 들어왔답니다.”(SNS글 발췌)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MZ세대를 중심으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로 누리는 행복)’ 열풍이 거세다. 물가 급등으로 호텔 디저트만 해도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30~40%가량 뛰었지만 코로나19로 억눌렸던 ‘보복 소비’ 심리가 맞물리면서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서울경제 취재 결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포시즌즈 호텔(9만 6000원)·롯데호텔(8만 8000원)·시그니엘서울(7만 5000원)·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5만 7000원)에서 애플망고 빙수를 먹은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호텔 빙수의 원조로 불리는 신라호텔의 경우 평일 100개 한정, 주말 200개 한정으로 애플망고 빙수를 판매하는데 대기 시간이 30분~2시간이 걸릴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매년 여름 호텔 빙수를 먹는다는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6만 원대였던 신라호텔 빙수가 올해는 거의 10만 원에 육박했지만 망고와 우유의 조합은 포기하지 못하겠다”면서 “돈을 열심히 벌어서 먹는 데는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땀 냄새를 억제해주는 데오드란트조차 명품으로 구매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온라인에서는 샤넬의 넘버5 데오드란트 스프레이(5만 9000원)가 인기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B 씨는 “남편에게 결혼 1주년 선물로 샤넬 가방을 사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집 대출비로 매달 거의 월급만큼 나가고 있어서 여유가 없다”면서 “주변에서 다들 샤넬 샤넬 하길래 백화점에 가서 데오드란트라도 하나 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돈 6만 원으로 명품을 누리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았다.
최근에는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인 ‘피에르상앳(at)루이비통’, 3월 구찌가 개장한 ‘구찌오스테리아’ 등 명품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인기가 높다. 루이비통 팝업 레스토랑의 경우 디너 가격이 23만 원에 달하지만 한 달 치 예약이 모두 꽉 차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 예약권을 사고파는 사례도 목격된다. 현재 적게는 2만 원, 많게는 10만 원의 웃돈이 붙어 예약권이 거래되고 있다. 디올이 성수동에 선보인 ‘디올카페’의 사전 예약도 빠르게 마감돼 다음 달까지 만석이다. 요식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문을 열어 평점도 없고 아무런 후기도 없는데 단지 명품 브랜드에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단시간 내 완판됐다”면서 “보통 레스토랑이 그 지역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적어도 3년은 버텨야 한다고 말하는데 요즘 소비 트렌드는 또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는 경험 소비를 중시하고 특히 SNS 등을 통해 남들에게 이를 보여주고 자랑하는 것을 즐긴다”면서 “앞으로도 스몰 럭셔리 열풍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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