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품목 중 하나였던 신발(제화)산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였다. 한국산 신발은 한때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을 만큼 잘 나갔지만 신발산업은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동남아 등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으로 쇠퇴기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다(SODA)’는 전성기 때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백화점에 80여개 매장을 보유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제화 브랜드로서의 입지는 여전하다.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윤영노 소다 대표이사는 "소다 신발의 강점은 무엇보다도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과 과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편안한 착화감, 그리고 전통적 장인정신이다”며 “1990년대 소다의 대표 제품이었던 시그니처 로퍼는 학생들의 수요와 맞닿아 폭발적인 판매량을 달성했고, 젊은층부터 중 장년층까지 소화할 수 있는 신발 만들기에 주력했다”고 소다의 성장배경을 설명했다.
소다가 첫 직장인 윤 대표는 1990년 영업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뼛속까지 ‘소다맨’이다. 2018년 부사장에 오르자 그는 특화성을 강조하며,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주력했다. 이를 위해 디자이너들에게 파격적인 포상을 제공하고, 매년 관련 비용으로 3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특화 디자인 개발에 힘을 쏟았다. 윤 대표는 “요즘 제화 브랜드는 대부분 온라인 몰에 주력하는 것에 반해 소다는 오프라인 매장 강화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면서 “소다는 자체적인 디자인센터와 발체형연구소를 운영하는데 타사와 유사한 디자인이 나오면 즉시 폐기하고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 낸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소다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세련된 디자인, 편안한 착화감의 비결은 바로 내부 디자인센터와 발체형연구소다. 디자인센터에서는 디자이너와 신발 장인들이 모여 각종 디자인과 편안한 신발 개발에 힘쓰고 있으며, 발체형연구소에서는 가장 편안한 인체공학적 신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관련기사
DFD라이프컬처그룹의 대표 브랜드인 소다가 설립 이후 줄곧 고집하는 자체생산 역시 롱런하는 비결 가운데 하나다. DFD그룹은 창립자 박근식 회장이 1976년 서울 명동에 설립한 소규모 신발가게 ‘밀라노제화’가 모태다. 1980년대 들어 사세가 커지면서 국내에 자체 공장을 설립해 신발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의 자체 생산은 비용 부담이 상당함에도 소다는 왜 이런 방식을 고수할까. 이에 대해 그는 “현재 우리는 국내에 자체 공장 2곳을 보유하고 있는데 가장 큰 장점은 직접 생산에 따른 품질의 안정이다”며 “또 판매율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고, 개발부서와 협업을 상품개발과 디자인, 판매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를 단축해 생산성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오래동안 공장을 운영하며 쌓인 노하우는 지금의 소다가 있기까지 큰 버팀목으로 작용했다”며 “자체생산?내부투자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과감히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식은 소다를 비롯한 DFD그룹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입지를 지켜올 수 있는 큰 요인이다”고 강조했다.
소다는 제조업 기업에 필수가 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바탕으로 한 친환경적 제품 생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소다가 만드는 신발의 모든 공정은 100% 수작업도 아니고 100% 기계에 의한 작업도 아니다. 기계를 사용해야 할 때와 섬세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때 그 둘을 조합해 최상의 신발을 만들어낸다”며 “신발제작은 이런 과정을 기본으로 하는데 원부자재는 친환경적인 것을 사용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의 건강?안전을 생각하면서 궁극적으로 ‘건강한 지구’를 위한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영업사원 출신답게 현장의 경험을 살려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이를 제품에 빨리 반영해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윤 대표는 “소다의 프리미엄 라인 ‘헥사’ 브랜드를 더욱 성장시키는 것에 올해는 집중할 계획이다”며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 프리미엄 시장에서 ‘헥사’가 하나의 독립된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계획을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