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한국을 포함해 미국 등 선진 증시가 무너질 때도 고공 행진을 벌이던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 펀드의 수익률이 추락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원자재 가격 급등 수혜 및 내수 정상화 기대감에 힘입어 약진했지만 자국 내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된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개시 이후 달러 강세 부담이 점점 커지면서 자금 이탈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올 초 수익률 상승 랠리를 펼쳤던 베트남과 인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펀드 상품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이 일제히 마이너스 전환했다. ‘KINDEX 블룸버그베트남VN30선물레버리지’와 ‘KINDEX 베트남VN30’ ETF는 각각 -14.52%, -8.84%를 기록했다. 베트남 주식형 펀드인 ‘NH-Amundi 베트남 레버리지(-13.37%)’ 역시 두 자릿수대의 낙폭을 보였고 ‘삼성베트남(-7.78%)’ ‘신한스마트베트남VN30인덱스(-8.14%)’ 역시 하락 전환했다. 이 밖에 ‘TIGER 인도레버리지(-7.24%)’ 등 인도 ETF 상품 역시 하락 폭이 컸고, ‘삼성인도중소형FOCUS(-6.81%)’ ‘미래에셋인도중소형포커스(-5.10%)’도 낙폭을 키웠다.
올해 초 글로벌 증시 폭락기 개별적 호재에 힘입어 압도적인 성과를 내며 주목 받았지만 고물가와 달러 강세 부담이 이중으로 작용하며 신흥국 증시에 압박을 가하는 모습이다. 인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창기 밀·설탕 등 농산물 가격 급등 수혜와 낮은 대외 경기 의존도, 베트남은 빠른 내수 회복 및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4월까지 연초 대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거뒀던 바 있다. 그러나 두 국가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베트남의 경우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말 대비 2% 넘게 치솟으면서 올해 물가상승률이 4%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인도 역시 소매 물가상승률이 8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오르면서 고물가에 따른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진 모습이다.
이에 더해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개시 이후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 역시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1개월간 베트남 펀드에서 약 256억 원이 빠져나갔는데 이는 중국 펀드(769억 원)와 유럽 펀드(270억 원) 다음으로 가장 큰 유출세다. 7일(현지 시간) 기준 미국 달러 대비 베트남 동화 가치는 2만 3190동 수준으로 연초(2만 2700동)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달러 대비 인도 루피화 역시 74.4루피 선에서 77.7루피 선까지 평가절하가 이어지고 있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양호한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빠른 통화 긴축에 나설 것”이라며 “글로벌 전반을 둘러싼 고물가·저성장 기조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강달러 기조가 하반기에도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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