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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궁궐 내서 과자 먹으면 안돼" …관광객 내쫓는 문화재 당국

금강산도 식후경 속담 잘 알려졌는 데

'음식물 반입 및 섭취 금지' 내걸어

궁궐 경내서 음료 등 판매도 크게 부족

문화재 훼손 방지 주장은 근거 약해


올 5월 말 때 이른 더위에 경복궁의 북쪽 구역인 향원정 앞길에서 한 외국인이 빈 생수병을 흔들면서 서툰 우리말로 관리소 직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물을 어디서 살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복궁 직원은 이에 대해 “옆으로(민속박물관 쪽으로 경복궁을) 나가면 밖에 편의점이 있다”고 가르쳐 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온 그 외국인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창덕궁 내 카페의 실외 테이블에서 한 가족이 밖에서 사 가지고 온 과자를 먹고 있는데 카페 직원이 다가와서 주의를 준다. 문화재 지역인 창덕궁에는 음식물 반입이 안 되고 먹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한낮에 배고팠던 아이가 잔뜩 골이 났다.

서울의 대표 궁궐인 경복궁 내에 최근 ‘음식물 반입 및 섭취 금지’라는 플래카드가 일제히 내걸렸다. ‘문화유산 보호와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서’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올 초만 해도 없던 플래카드다. 또 다른 대표 궁궐인 창덕궁에는 이미 안내 팸플릿에 ‘음식물을 반입할 수 없고 음식물(음료 제외)을 먹지 않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경복궁은 팸플릿에 관련 문장이 없는데 이번에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경복궁과 창덕궁은 음식물을 금지하는 점에서는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조금 다르다. 경복궁은 남쪽 지역인 경회루 앞에 문화재재단이 운영하는 ‘사랑’ 카페가 하나 있다. 카페는 커피나 음료수와 함께 빵 종류를 팔고 있다. 이런 먹거리는 카페 근처에서만 먹으라는 설명이다.

창덕궁에도 희정당 앞쪽에 ‘사랑’ 카페가 하나 있는데 여기서는 음료만 판다. 매대에 과자는 없다. 취식을 아예 막겠다는 취지다. 창덕궁과 붙어 있는 창경궁에는 카페도 없고 음료 자판기만 두 군데 있다. 경복궁과 창덕궁에는 음료 자판기가 아예 없다.



궁궐이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자 관광 자원이 되는 가운데 음식물 섭취를 막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는 생각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듯이 좋은 구경을 위해서는 배가 든든해야 한다.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에게 특히 그렇다. 관람을 위해서는 서너 시간이 걸리는 궁궐에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는 것은, 즉 아예 오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면적이 경복궁(43만 ㎡)의 두 배가 채 되지 않는 중국 베이징 자금성(72만 ㎡)에는 정식 식당만 4곳이 있다. 음료를 구입할 수 있는 카페나 가게는 10여 곳이나 된다. 자금성에서 기자가 가장 좋아했던 음식은 전통 시대 얼음을 저장하던 ‘빙고’ 건물에서 팔고 있는 중국식 짜장면이다. 자금성의 문화유산 가치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궁궐 내에서 음식물 먹는 것이 문화재 훼손으로 이어진다는 일부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적어도 건물 밖 야외에서는 허용하는 것이 옳다. 문화재 당국의 경직된 규제가 ‘관광 한국’을 가로막고 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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