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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생산서 탁송까지 올스톱…부산·평택항 봉쇄에 수출도 마비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

■ 산업현장 곳곳 비상등

울산공장 등 일부라인 가동 중단

운송 거부 가능성에 신차출고 위태

수만톤 철강재 출하 못한채 발묶여

대산 석유화학단지 진출입로 막혀

대전 3곳 수소충전소 운영 차질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인 8일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앞에서 조합원들이 파업참가를 독려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자동차 부품 및 탁송화물차량의 운행을 전면 중지하는 총파업 지침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으로 철강·자동차 등 국내 주요 산업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원자재난과 고유가 등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파업까지 덮치면서 코로나19 위기에서 이제 막 벗어나기 시작한 주요 산업들이 다시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국내 주력 생산 기지인 울산 공장은 이날 오후 4시께부터 일부 라인의 가동이 중단됐다. 현대차는 부품이 필요할 때마다 협력 업체로부터 조달받는 ‘직서열 생산방식(JIS)’을 적용 중인 탓에 부품이 하나라도 부족하면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다. 당초 파업에 대비해 일주일 치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 물량을 확보했으나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가 완성차 공장을 정조준하면서 일부 부품 수급이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 납품 업체인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한 운송 업체는 19개사로 이들 소속 화물차 운전자 중 약 7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알려졌다.

생산뿐 아니라 신차 출고도 불안해졌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는 기아 오토랜드 광명과 화성에서 생산된 완성차에 대한 운송 거부에 돌입했다. 기아와 계약한 완성차 운송 업체 소속 카 캐리어의 98%가 화물연대 소속인 만큼 신차 운송에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반도체난 등이 최근 들어 개선되면서 생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던 차에 파업 리스크에 또다시 발목이 붙잡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날부터 파업의 영향권에 든 철강 업계도 물류난이 이어지고 있다. 파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철강사에서 육로 운송을 통한 제품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업체들의 주요 사업장에서 이미 수만 톤의 철강재가 출하되지 못한 채 발이 묶였다. 동국제강 역시 정상적인 출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철강사들이 완성차 업체에서 재고 부족으로 요청한 자동차용 긴급재를 공급하지 못해 향후 완성차 생산에 차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철강 업계는 생산 물량이 쌓여감에 따라 제철소 내 저장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차량용 강재 등 긴급한 물량에 대해 고객사와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이전에 미리 출하량을 늘려 대응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며 “뾰족한 대책이 없어 지켜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고유가로 인한 업황 부진에 직면한 석유화학 업계는 물류 대란까지 겹치면서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총파업이 2주 이상 장기화할 경우 생산 라인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국내 주요 나프타분해설비(NCC) 업체 중 한 곳인 대한유화는 이달 들어 울산 공장 가동률을 기존 85~90%에서 80% 수준으로 하향했다. NCC는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화학 산업의 핵심 시설이다.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국내 화학사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다른 화학 업체들도 생산 라인 가동률 하향을 검토 중이다. 화학 단지에서 저장 규모가 작은 플라스틱 제품부터 평소보다 적게 만드는 식으로 물류 대란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유가가 내려가지 않는 데다 전방 수요도 여전히 부진해 시황 회복이 불투명하다”면서 “이 와중에 국내에서는 물류 대란이 벌어져 제품 생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석유화학단지 진·출입로가 막히면서 통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부산신항, 의왕ICD, 인천항, 대산 석유화학단지, 울산 석유화학단지, 여수 석유화학단지 등 주요 항만과 물류 기지는 전면 봉쇄돼 차량 통행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봉쇄 상태가 2주 이상 지속할 경우 화학사들은 플라스틱 제품을 출하하지 못해 생산 라인을 멈추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전국 수소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실제로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진·출입로가 막힘에 따라 수소트레일러 운송이 불가능해지면서 3곳 이상의 대전 지역 수소충전소 운영이 어려워지게 됐다. 수소연료는 트레일러에 실린 상태로 운반과 충전이 이뤄지는 특성으로 인해 많은 양을 비축할 수 없어 운영 차질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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