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삼성SDS 판교캠퍼스 내 첼로 글로벌컨트롤센터(GCC). 전면을 가득 채운 12개 모니터 위에는 세계 각지 해상을 떠도는 1500여 대의 선박이 실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정상’을 나타내는 초록색 점은 드물었다. 비정상을 나타내는 주황, 노랑색이 바다를 수놓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과 상하이 봉쇄 여파 등으로 글로벌 물류 차질이 벌어지고 있는 탓이다. 모니터를 살피던 오구일 삼성SDS 물류사업부장(부사장)은 “평소에는 전체 배 중 10대를 넘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삼성SDS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는 총 36개, 운영거점은 53개에 달한다. 판교를 포함해 세계 6개 거점에서 운영하는 GCC는 글로벌 물류동향을 24시간 관제한다. 이곳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배와 항만 내 컨테이너의 실시간 물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오 부사장은 “물류는 수개월 단위 장기계약을 맺다보니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 즉시 대응하기 힘들다”며 “첼로, 첼로스퀘어 플랫폼은 세계 각지의 물류 동향과 변수를 감안한 빅데이터 기반 물동정보를 실시간 제공해 화주들의 선택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삼성SDS는 삼성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다. 그러나 지난해 물류 매출이 8조 원에 달하는 ‘물류시스템기업’이라는 점은 생경하다. 2010년부터 시작한 물류사업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물류난을 맞으며 날개를 달았다. 삼성SDS의 물류 매출 비중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처음으로 50%를 넘어섰고, 올 1분기에는 65%를 돌파했다. 세계 각지에서 물류 차질이 발생하는 와중 통합물류시스템 ‘첼로’와 ‘첼로스퀘어’의 가치가 높아진 덕이다.
오 부사장은 “글로벌 물류업계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다보니 시스템이 파편화 돼 있고 데이터 연계가 어렵다”며 “삼성은 물류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모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아 놓은 ‘표준’을 구축하는 데 목표를 둬, 이슈 대응과 현안 파악이 쉬운 물류회사용 운용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가 전통적인 물류회사가 아닌 IT회사라는 점도 기회가 됐다. 10년 전에는 생소했던 ‘통합시스템’과 ‘머신러닝(ML) 기반 최적화’를 시도한 것이다. 오 부사장은 “시스템으로 운영하지 못하는 물류회사는 데이터가 쌓이지 않고,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리 훌륭한 알고리즘이 있어도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데이터로 미래를 완벽히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다양한 상황에 따른 화주의 선택을 돕고 실시간으로 출발·환적·하역 등 변수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 첼로와 첼로스퀘어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S의 표준화 통합물류시스템은 코로나19·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상하이 봉쇄 등으로 세계적인 물류난이 벌어지고 있는 와중 더욱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오 부사장은 “통합 시스템이 없다면 내 화물을 싣고 있는 글로벌 선사들의 정책 변화와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힘들다”며 “실시간 물동 정보로 환적을 할지, 기다릴지, 돌아올지 등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는 첼로 플랫폼이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S는 최근 첼로를 일반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플랫폼 ‘첼로스퀘어’로 확대하고 글로벌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작은 중국이다. 중국 소상공인들과 세계 시장을 연결해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종합 물류를 제공하는 것이다. 아직 물류 체계가 잡히지 않은 글로벌 e커머스 업체와 연계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17% 내외인 대외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15년 시작한 삼성SDS 물류사업부의 대외사업 매출은 연간 30% 이상 고속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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