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공급망 차질과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 경제 회복세를 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외 악재가 누적되며 우리 경제가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펜트업(보복 소비)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펴낸 ‘6월 경제동향’에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제 회복세가 약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에는 이런 대외 악재를 “경기 하방 위험”으로 정의했을 뿐 “우리 경기는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외 악재가 경제 회복세를 실제로 꺾고 있다’고 경고 수위를 높였다. KDI는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약화되고 중국 봉쇄 조치 영향이 반영되며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은 대부분의 주력 업종에서 전월 대비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5월 일평균 수출액 증가율은 10.7%로 3월(24.0%)과 4월(15.3%)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기업 체감 경기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KDI는 “높은 원자재 가격과 주요국의 금리 인상, 물류 차질 등의 하방 요인이 지속되며 제조업 기업심리지수가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치는 3월 93에서 6월 85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이하인 것은 기업들이 앞으로의 경기를 부정적으로 내다본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 투자 역시 위축됐다. KDI는 “설비투자는 기계류와 운송장비 모두 크게 감소하며 지난해의 높았던 증가세가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건설투자는 토목 부문이 일부 반등했으나 건설 비용의 높은 상승세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4월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은 각각 -11.9%와 -1.1%를 기록했다.
악재가 누적되며 우리 경제가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KDI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서비스업은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였다”면서도 “제조업이 다소 위축되며 경기 회복세가 제약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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