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61.4%)은 역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LTV·DTI·DSR)에 낙제점을 줬다.
허준영 서강대 교수는 10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새 정부는 이전과 다른 가계부채 위험관리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직된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실수요자의 대출 수요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에 다수 전문가가 동의한 셈이다. 청년층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 등 윤석열 정부의 대출 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금융 당국이 문제로 삼고 있는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 간 금리 차) 확대에 대해서는 각계 경제 전문가 85.1%가 당국의 개입을 용인했다. 금리 상승기 예금 금리는 더디게 올리는 데 반해 대출금리는 빨리 올려 부당하게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는 세간의 지적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특히 기업의 자금 조달과 관련해 ‘은행의 경제력 남용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금리 상승에 회사채 발행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은행의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이 거시 건전성 정책 수단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다수 응답자(80.8%)들이 공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문우식 서울대 교수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면서 “금융위기 시 초래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감안할 때 중앙은행은 금융 불균형 또는 자산 버블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발행에 대해서는 66.5%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절반가량(52.2%)은 다른 나라의 추세를 보면서 점진적으로 발행·유통해야 한다며 속도 조절을 강조했다.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응답은 2.4%에 그쳤다.
한편 이번 조사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월 18~23일 교수·연구원·기업인·금융인 등 국내 경제 전문가 총 5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유현욱 기자 ab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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