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업체들이 도미노 가격 인상 2라운드에 돌입했다. 샤넬은 주얼리에 이어 조만간 의류·가방 가격도 올릴 것이라는 인상설에 휩싸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리셀(재판매) 가격이 하락하는 굴욕을 겪은 명품 업체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또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지 주목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패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명품 업체들이 이달 중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샤넬이 이달 말께 클래식 라인 등 인기 핸드백 가격을 10% 가량 올릴 것이라는 게 대표적이다. A 오픈런 대행업체 관계자는 "명품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는 소문에 평소보다 줄서기 대행 의뢰 건수가 20%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샤넬은 지난해 4차례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2월과 7월, 9월, 11월에 각각 가격을 6~30% 가량 올렸다. 올해 들어선 1월과 3월에 두 차례 가격을 인상했다. 이에 따라 '클래식 미디움' 가격을 지난해 1124만 원에서 1180만 원으로 5% 가량 비싸졌다. 이달에는 주얼리 가격을 10% 가량 올렸다. 샤넬이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던 7월이 다가오면서 올해도 마찬가지로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은 데다 글로벌 물류난이 심화되면서 인상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글로벌 최대 명품기업 LVMH의 베르나르 아느로 회장은 지난 2월 실적 발표 당시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올 1~2월 가격을 올린 루이비통과 디올 등도 올 하반기 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메스와 롤렉스는 매년 한 차례 씩 가격을 인상해왔다.
일각에서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꺾인 명품 소비심리에 가격 인상을 자제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4월 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의 전년 동월 대비 매출신장률은 22.5%에 그쳤다. 지난해 4월(57.5%)과 비교하면 신장률이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명품 등 고가 의류를 소비하는 대신 해외여행이나 레저·스포츠에 돈을 투자하는 성향이 나타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명품 리셀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명품 수요가 늘면서 재고가 부족해지자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매하려는 성향이 나타났고, 이에 따라 리셀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올해 초 1400만 원이었던 샤넬 클래식 미디움 플랩백의 리셀 가격은 이달 1100만 원대로 20% 이상 하락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샤넬 오너'가 많아지면서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 상황"이라며 "해외여행 등에 쓸 목돈을 마련하기 위한 매물도 쏟아지면서 리셀가 하락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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