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스튜디오에서 사명을 변경한 SLL중앙이 경쟁사 CJ ENM(035760)에서 근무한 인수합병(M&A) 전문가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영입해 주목된다. SLL중앙은 향후 3년 간 펀드 결성 및 기술 확보 등에 총 3조 원을 투입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고 이를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으로 새 CFO로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재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SLL중앙은 최근 서성인 딜로이트안진 파트너를 경영지원실장 상무로 영입했다. 서 상무는 미국 펜실베니아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대 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졸업 후 JP모건과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등 외국계 금융사에서 주식 발행과 M&A 실무 경력을 쌓은 자본시장 전문가다.
CJ E&M(현 CJ ENM)에서 M&A 팀장을 맡으면서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쌓았고 딜로이트안진에 합류한 뒤에는 섹터를 가리지 않고 매각 자문 업무를 맡아 활약했다.
그가 딜로이트안진 재직 시절 자문을 맡은 대표적 딜로는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PG) 사업 부문 매각이 꼽힌다. 당시 M&A는 사업 부문을 분할해 토스 운영사인 비바퍼블리카에 넘기는 딜로 3000억 원을 웃도는 규모였다. 서 상무는 CJ E&M 재직 시절에는 다수의 엔터 기업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SLL중앙은 서 상무의 대형 딜 자문 역량과 엔터 및 미디어 분야 전문성을 높이 평가해 영입에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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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L중앙이 M&A 업무에 특화된 CFO를 선임한 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경문 SLL중앙 대표는 4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렛츠 룰루랄라(Let's LuluLala)' 행사에서 사명 변경을 공표하고 2024년까지 총 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상 CFO는 ‘관리형’과 ‘투자형’으로 나뉘는데 SLL중앙은 투자를 책임질 전문가를 선택한 것이다.
SLL중앙은 서 상무 영입 전 이미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제작사 윕(wiip)의 모회사 토네이도 엔터프라이즈(TORNADO ENTERPRISES, LLC) 지분 80.01%를 1338억 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선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디피(D.P.)’, ‘지옥’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스튜디오를 450억 원에 인수했다. 여기에 중소형 제작사를 추가로 인수해 총 15개의 스튜디오를 산하에 두고 있다.
서 상무는 2024년으로 예정된 SLL중앙의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SLL중앙은 지난해 4월 사모펀드(PEF) 프랙시스캐피탈 등에서 총 4000억 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이때 IPO를 통해 차익 실현 기회를 제공한다는 조건이 추가된 건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가 IPO를 앞두고 연 매출 2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실적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는 효율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성인 상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인수와 매각 자문 경험을 쌓은 딜 전문가”라며 “SLL중앙이 앞으로 M&A를 비롯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적임자로 서 상무를 낙점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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