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물가 공포가 국내 채권시장을 덮쳤습니다. 지난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넘는 8.6%를 기록하면서 이날 오전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3bp(1bp=0.01%포인트) 가량 치솟은 건데요. 한국은행도 이에 대해 지켜보는 것 말고는 별도의 시장 안정 대책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달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도 다시 고심에 빠진 모습입니다. 다음달 5100억 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LG유플러스는 최대 4000억 원 조달을 위해 지난주 대표주관사를 선정했는데요. 당초 22일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예측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뛰면서 발행 시점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AAA' 신용도를 보유한 KT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달 21일 수요예측을 통해 최대 4000억 원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일단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간 높은 신용도로 회사채 시장에서 저금리 자금을 조달해왔지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부담이 커졌습니다. 지난해 6월 1.38%에 발행했던 KT의 회사채(3년물 기준) 금리는 올해 1월 2.59%로 두 배 뛰었습니다.
올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환경은 계속 악화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회사채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는 이달 78bp를 넘어섰습니다. 코로나19 여파가 자금시장을 덮쳤던 2020년 상반기 75bp 안팎이던 점을 감안하면 과도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지요. 시장 금리가 약 3차례 금리 인상분을 선반영하고 있던 만큼 시장에서도 '채권 가격이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하던 시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미국발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다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우려가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당장 이번 주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잠시 봄바람이 부는 듯 했던 회사채 시장도 다시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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