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모비스(012330)가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사업 조직을 정비하고 개발 과제를 선별하는 등 현대자동차그룹의 공급 안정성을 높이려는 작업을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13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사내에 반도체사업관리실을 신설했다. 반도체 개발과 설계 등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2020년 말 인수한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 부문 인력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사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 회사에 흩어져 있던 반도체 관련 인력을 한곳으로 모은 것이다.
구체적인 개발 과제도 선별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신설한 ‘반도체 설계 섹터’를 최근 들어 ‘시스템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 섹터로 분리했다. 차량용 반도체는 센서와 구동 장치 등 자동차의 각종 시스템을 제어할 때 사용되는데 시스템 반도체가 주를 이룬다.
눈에 띄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시스템 반도체의 하나인 전력 반도체를 별도 섹터로 분리했다는 점이다. 전력 반도체는 말 그대로 전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전기의 형태 변환이 필요할 때 활용되는데 자동차에서는 주로 전기차 배터리에 있는 전류를 바꿔 모터에 공급할 때 사용된다. 전력 반도체 기술력이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기 위해 별도 섹터를 꾸린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 반도체 섹터는 ‘차세대 실리콘’으로 주목 받는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를 주로 연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SiC는 기존 웨이퍼 소재인 실리콘(Si)보다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나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라도 더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어 부품 소형화가 가능하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특히 많은 양의 전력을 소화하면서도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전기차 산업의 숙제를 해결해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기차의 무게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은 모든 완성차 제조사의 연구 과제다.
현대모비스는 반도체사업 담당을 부사장급 임원에 맡기며 조직의 중량감도 키웠다. 이번에 신설한 반도체사업관리실장으로는 현대차 사업기획팀장 출신을 데려와 임명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의 반도체 사업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반도체 수급 불안이 이어지자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춰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완성차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한 2020년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는 세계적으로 극심한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주요 5개 기업(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고 대다수 반도체가 구형 공정에서 생산돼 급격한 공급 확대가 어렵다.
전동화와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며 장기적으로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해진 점 역시 내재화 결정에 영향을 줬다.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평균 200~300개의 반도체가 사용되지만 전기차에는 1000개, 자율주행차에는 2000개 이상이 필요하다. 고봉철 현대모비스 상무는 “현대모비스가 소프트웨어도 공급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한 반도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기 때문에 내재화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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