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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비금융업 진출 발판 마련…빅테크와 역차별 해소되나

[당국, 금산분리 등 규제완화 착수]

'은행법 37조' 15% 출자 제한

비금융 자회사 허용 등이 관건

보험업선 화상통화 통한 가입 등

디지털 금융 활성화 내용 담길듯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여신금융협회에서 열린 소감 발표 및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 법령상 허용된 은행들의 부수 업무는 여·수신 등 은행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있거나 금융위 신고를 통해 신규 허용된 업무 등 총 35개 업무로 정해져 있다. 금융업 외의 부수 업무가 허용되지 않다 보니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걸림돌이 많았다. 은행들은 금융위의 ‘혁신 금융 서비스’ 지정에 의존해 부수 업무를 한시적으로 운영해왔지만 서비스 유효기간이 지나면 연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자칫 금융위가 불허한다면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고유 업무와 연관성이 불분명한 신규 업무를 추진할 때마다 금융 당국과 오랜 시간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혁신 금융 서비스도 ‘임시 서비스’여서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의 덩치가 커지며 발생했던 리스크에 대한 트라우마는 금융업 자체를 규제산업으로 묶어 놓고 있다. 지난 7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기’시됐던 금산분리 완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쏟아낸 것도 이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금산분리가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의 산업구조를 보면 금산분리 적용이 맞는 것인지, 이것을 조금이라도 개선할 필요가 없는지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자는 ‘외국 금융사는 하는데 우리는 못 하는 것을 풀겠다’ ‘전자금융거래법 등 기본 원칙도 일부 보완이 필요하다’는 등 그간 금융 산업을 옥좼던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도 여러 차례 피력했다. 김 후보자의 ‘금산분리’ 완화 발언에 업계는 다소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내정 첫날 후보자가 언급하기에 ‘금산분리’는 금융권에서 ‘금기’시되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과 보험, 여신 업계 등 금융 전 업권에서 당국과 함께 금산분리를 포함한 업권별 규제 완화를 일찌감치 준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의구심은 기대로 바뀌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여신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는 금산분리 등 업권별 규제 완화를 위한 법 개정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은행권에서는 금산분리 개선 차원에서 현재 다른 회사에 대한 은행의 지분율을 완화하는 방안이 은행법 개정 작업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은 다른 회사 등의 의결권 있는 지분증권의 100분의 15를 초과하는 지분증권을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 은행법 37조를 비롯해 4%로 묶어 놓은 산업 자본의 은행 자본 보유 한도 역시 주요 개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비금융 자회사 허용 △부수 업무 확대 등도 은행법 개정 태스크포스(TF)의 주요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행법상 기업 구조 조정을 위한 금융위 승인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은행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은 은행업 등 은행업 감독 규정에 열거된 15개 업종으로 한정된다. 그렇다 보니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빅데이터 분야 등은 업종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데다 국내 은행이 다양한 금융·비금융 업무를 취급하는 해외 현지 법인을 인수할 때도 ‘자회사 업종’ 해당 여부가 불분명해 인수 절차가 지연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은행은 자기자본의 1% 이내로 자회사에 대한 투자 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자회사 허용 업종을 넓혀 달라는 입장이다.

여신전문금융법 개정과 관련해 TF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신용카드업의 재정의 △겸영 부수 업무 확대 등이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여신 업계 관계자는 “타 법령에 따라 인허가나 등록을 받은 금융 업무는 여전법 시행령 개정 없이 영위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면서 “여신전문사는 수신 기능이 없고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음을 고려해 소비자 보호나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면 부수 업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카드업과 소액 후불 결제, 선구매후결제(BNPL) 등 ‘후불 신용 결제 기능’을 지닌 업종의 규율 체계를 정비해 동일 기능, 동일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후불 결제 업무는 사실상 신용카드의 신용 공여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만큼 소비자?가맹점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 방안에는 화상 통화를 통한 보험 가입 등 디지털 금융을 반영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 업계가 그간 당국에 요청해온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자회사 규제(소유 업무 범위) 완화, 보건 의료 데이터 활용 등도 함께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비자 서비스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요양 서비스 규제 개선 등을 포함하는 보험사 겸영, 부수 업무 확대 등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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