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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200 종목 모조리 곤두박질…"2400선까지 열려있다"

['S 공포' 강타]

◆코스피 2500 턱걸이

52주 신저가 종목만 515개 달해

투심 급랭 연저점 2550선 뚫려

삼전 19개월만 6.3만원 아래로

9월 FOMC 前까진 2500 밑돌듯

개미 '빚투' 반대매매 우려 커져





코스피지수가 미국의 물가 충격에 단번에 100포인트 가까이 빠지며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종목이 모조리 내릴 정도로 투자심리가 극도로 악화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만도 515개에 달했다. 미국이 물가 쇼크로 긴축 강도를 더욱 높일 것이라는 우려가 증시를 뒤흔들었다. 국내 증시는 지렛대 역할을 해온 개인투자자들의 무리한 ‘빚투(빚내서 투자)’ 여파로 손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에 전문가들은 조정이 길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증시가 2400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올 5월 기록한 코스피지수 연저점 2550선이 깨진 것이다. 종가 기준으로 2020년 11월 13일(2493.87)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88조 7000억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투자자별로는 외국인이 4950억 원, 기관이 2192억 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지수선물 시장에서도 1조 2419억 원가량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6688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일제히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200지수 구성 종목은 한 종목도 빠지지 않고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500종목 중 21개를 빼놓고는 모두 떨어질 정도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도 515개였다.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보다 2.66% 내린 6만 21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6만 3000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0년 11월 13일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성장주들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랐다. 카카오(035720)(-4.49%), 카카오페이(377300)(-10.22%), LG전자(066570)(-5.37%), SK하이닉스(000660)(-4.35%), 하이브(352820)(-10.96%) 등이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투자심리가 급격히 나빠진 것은 10일(이하 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때문이다. 5월 미국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 등 변동이 큰 상품을 제외한 근원CPI도 6.0% 상승해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계속되는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옥죄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일 배럴당 120.67달러에 장을 마쳤다. 월가에서는 유가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찍었던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39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물가 쇼크로 인해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4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가 점점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시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6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에 글로벌 증시가 부담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290원 선에 한층 다가선 점도 외국인의 ‘셀코리아’를 부추겼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원 10전 오른 1284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5월 16일(1284원 10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기세가 꺾여 수급이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다. 이른바 ‘빚투’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변동성 장세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8일 기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등으로부터 주식 매입을 위해 빌린 자금인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1조 원대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처음 넘어섰던 지난해 1월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문제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했다 되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매도당하는 ‘반대매매’다.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주식이 급락할 경우 보유분을 모두 팔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할 수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싸다는 인식에 2600선에서 신용융자가 많이 들어왔다”면서 “물가나 통화정책 완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신용 투자자들의 반대매매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긴축 드라이브와 경기 둔화 우려가 맞물리면서 비관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인플레이션이 완화된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연준의 긴축 속도에 대한 우려가 계속될 것”이라며 “9월 FOMC 이전까지는 경기 침체 불안이 커지면서 증시가 2500선을 밑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만큼 주가순자산비율(PBR)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레일링PBR(최근 연도 이익 확정치 기준 PBR) 측면에서 0.9배가 2300인데 2500 전후로 추가 낙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PBR 1배 정도부터 샀던 사람들이라면 유지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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