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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원자재값 급등에 금리 충격까지…건설사 자금난 심화

자금조달 준비하던 현대건설·하나F&I 등 연기

신용도 하락 우려되는 저신용 건설사 살얼음판

HDC현산·한양·쌍용씨앤이 등 차환 부담 커져





원자재값 급등 속에 종료된 화물연대의 파업 여파, 금리 상승까지 3중고에 휩싸인 건설사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국고채 금리가 하루 만에 24bp(1bp=0.01%포인트)나 치솟으면서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원인 회사채 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특히 건설채의 경우 경기 민감도가 높아 안정적 투자처를 원하는 채권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한층 멀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다. 이자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밖에 없는 건설사들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채는 약 2100억 원이다. 당장 다음달까지 △SK(034730)에코플랜트(50억 원) △한양(30억 원) △GS건설(006360)(300억 원) △대신에프앤아이(110억 원) △태영건설(140억 원) △HDC현대산업개발(294870)(200억 원) △대우건설(60억 원) △현대건설기계(267270)(100억 원) △한신공영(27억 원) 등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 바로미터인 회사채 금리는(AA-등급, 3년물 기준) 13일 기준 4.25%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의 회사채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국채와의 금리 차) 역시 72bp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중이다.

당초 회사채 시장에서는 지난달부터 시장 금리가 고점을 돌파한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금씩 제기됐다. 현대백화점(069960)과 SK, 한진(002320) 등이 잇따라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개별 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며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현대건설(000720)과 하나에프앤아이 등은 기존 사채 상환을 위해 자금 조달을 준비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에 비해 8.6% 급등하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시중 금리가 발작 수준으로 치솟아 대부분 기업들이 잠정적으로 회사채 발행 계획을 연기한 상태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담당자는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달부터 하반기까지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며 "AA급 이상 우량 기업들은 보유 현금도 있고 회사채 만기와 발행 물량을 줄여 어떻게든 대응할 수 있지만 A급 이하 저신용 기업들의 경우 1.5~2년물 혹은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금융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회사채에 대한 시장의 투자 수요도 계속 쪼그라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액은 13일 기준 약 31조 원으로 최근 1년 간 4조4000억 원 가량이 빠져나갔다. 수익률 역시 초단기채권 펀드를 제외하고 국공채와 회사채펀드 모두 마이너스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펀드 운용역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평가 손실 규모를 따지는 것을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라며 "이제까지는 그나마 국채 선물 매도를 통해 대응해왔지만 채권 펀드 설정 규모 만큼만 거래할 수 있어 그마저도 제한적"이라고 토로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금리로 기존에 사들인 회사채의 평가 손실이 불가피한 마당에 아무리 펀더멘털이 좋은 기업의 채권이라도 매수할 여력이 없다는 얘기다.

여기에 추후 신용도 하락까지 우려되는 A등급 이하 저신용 건설사의 상황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올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A급 이하 회사채는 12조18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200억 원), 하나에프앤아이(270억 원), GS건설(300억 원), 포스코건설(110억 원), 롯데건설(150억 원) 등 건설사들의 회사채만 2100억 원에 이른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조달 담당 임원은 "금리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시중 자금이 단기자금시장(MMF)으로 몰렸기 때문에 많은 저신용 건설사들이 1년 이내 자금을 확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단기금융시장은 외부 충격에 민감한 만큼 ‘롤오버(차환)’ 과정에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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