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저금리 환경에서 대규모로 풀린 유동성이 잠시 주춤했으나 한 달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주식·암호화폐 등 각종 자산에 묶여 있던 시중 자금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예·적금 등으로 이동하면서 유동성 집계에 포함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늘었던 대출 상환이 본격화하지 않는 이상 유동성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4월 중 광의통화량(M2)이 3667조 1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8조 5000억 원(0.2%)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3월 M2가 4조 1000억 원(0.1%) 줄어들면서 3년 6개월 만에 처음 감소하자 유동성 증가세가 꺾였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한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M2는 시중 통화량을 보여주는 지표로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 입출금식 예금(이상 M1)에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 상품을 포함한다.
M2는 코로나19 이후 2년 동안 폭발적으로 늘었다.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3월까지만 해도 3000조 원을 넘지 못했으나 불과 2년 만에 660조 원 넘게 증가했다. 단기간에 급증한 시중 유동성은 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으로 유입되면서 자산 가격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졌다. 이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 0.50%에서 올해 5월 1.75%로 1.25%포인트나 올렸으나 시중 유동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다.
가계가 전체 유동성을 끌어올렸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보유 유동성은 정기 예·적금과 요구불예금을 중심으로 한 달 만에 16조 2000억 원이나 늘었다. 주식 등을 팔고 정기 예·적금으로 자금을 옮겨둔 것이다. 반면 기업은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배당금 지급과 운전 자금 수요 증가 등으로 7조 7000억 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유동성 대부분이 대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갚아야만 유동성 감소가 나타날 것”이라며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곧바로 유동성이 회수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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