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용 동박 제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오면서 주요 원매자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삼성·LG 등 국내외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 20여 곳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다음 달 1일 구속력 없는 투자의향서(LOI)를 받는 예비입찰을 실시한다. 현재까지 LG화학(051910)·롯데케미칼(011170)·삼성SDI(006400)·LX·코오롱 등 국내 기업 6~7곳과 PI첨단소재 입찰에 참여했던 벨기에 화학 기업 솔베이 등이 인수를 저울질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중에서는 MBK파트너스·한앤컴퍼니·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국내뿐 아니라 KKR·칼라일그룹·TPG·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해외 PEF도 의향을 갖고 있다. 매각 대상은 최대주주 허재명 이사회 의장의 지분 53.3%로 예상 매각가는 3조 원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먼저 투자 설명서를 요청하는 원매자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인수 금액이 크고 추가 투자금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업과 사모펀드가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동박에 대한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술력이 높고, 그에 따라 국내외 2차전지 대기업에 맞춤형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생산량 기준 전지용 동박 시장 점유율은 일진머티리얼즈가 35%로 1위고 2위는 SK넥실리스(34%)다.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해외 생산시설 확대 계획에 따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매력적인 요소다.
매각을 흔들 변수도 있다. 딥서치에 따르면 일진머티리얼즈의 최근 3년 평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931억 원으로 매각가는 EBITDA의 32배다. 인수금을 회수하기까지 32년이 걸린다는 뜻으로 장기 투자자인 기업에도 만만치 않다. 다만 한 차례 대규모 투자가 끝나고 수익이 커지는 2023년이 되면 20배가 된다. 증권가에서는 2022년 상각전영업이익은 1549억 원, 2023년은 1899억 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가 여러 경쟁 업체와 거래하고 있는 점도 특정 기업이 인수하는 데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중국 비야디 등과 거래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번 매각 직전까지 일진머티리얼즈로부터 안정적인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투자를 고민해 왔다. 특정 회사가 일진머티리얼즈를 가져가면 나머지 회사는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고 공급을 이어간다고 해도 동박 공급 과정에서 내부 기밀 유출을 염려할 수 있다. PEF 후보들은 기존 일진머티리얼즈 자회사에 투자한 스틱인베스트먼트의 계약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매도 측은 매각 대상은 일진머티리얼즈 대주주 개인 보유 지분이고, 스틱과 계약은 일진의 자회사가 맺은 것이어서 문제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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