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옛날에 한 인터뷰에서 ‘내 목표는 내 가슴이 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소명(calling) 같은 거죠. 어떤 일을 하더라도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에요. 그러나 본인이 정말 원해서 하는 일이면 어떤 난관도 극복할 수 있죠.”
천체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은숙 메릴랜드대 물리학부 교수는 15일 서울 광장동 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2’의 부대 행사 ‘유스포럼’에서 특별강연을 맡아 이같이 말했다.
서 교수는 과학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의지’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후 1986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1997년 한국계 과학자 가운데 최초로 미국 대통령이 주는 ‘신진 우수 연구자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서 교수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연구에 대한 열정이 있었던 셈이다.
전 우주를 상대로 하는 광활한 천체물리학 분야에서 서 교수가 천착해온 주제는 ‘우주선(cosmic rays) 물리’다.
우주선은 높은 에너지를 지닌 채 우주에서 지구로 쏟아지는 입자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특히 지구로 쏟아지기 전의 우주선은 우주의 구성 성분을 가늠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인간이 지금까지 우주에서 파악해낸 물질은 단지 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서 교수가 주로 하는 연구도 우주선 입자검출기를 개발해 우주에 띄운 후 성분을 살펴보는 것이다.
서 교수가 이날 강연에서 소개한 ‘크림(CREAM) 프로젝트’ 역시 우주의 암흑 물질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메릴랜드주립대에 있는 서 교수의 연구실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세계 각국의 교육기관과 협력해 대형 입자검출기를 만든 후 이를 남극에 띄워 다양한 우주 성분을 채집하고 분석했다. 2011년부터는 우주정거장(ISS)에 검출기를 보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4년 해당 연구를 이끌어온 그를 주간지 표지 모델로 선정하고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특히 WP는 서 교수가 다양한 학생들을 연구의 모든 과정에 참여시켰다는 데 주목했다.
“크림 프로젝트를 통해 메릴랜드대에서만 100명 넘는 학생이 훈련을 받았다”며 뿌듯함을 드러낸 서 교수는 강연 말미에 유스포럼 참석 학생들에게 호기심·열정·끈기를 강조했다.
서 교수는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궁금증과 계속해서 알고 싶은 열정이 있어야 하고,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끈기 있게 임하는 성격이 중요하다”며 “자기가 원해서 하는 일이면 ‘사이언스 이즈 펀(Science is fun)’, 남들이 어렵고 힘들다고 하는 과학도 재밌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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