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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人 탈출러시에 반대매매 부담까지…"하락 악순환 빠질 수도"

[공포에 질린 자본시장] 코스피 연저점 경신

기관·개인은 순매수 나섰지만

외인 9일 연속 팔아 하락폭 키워

코스피 289·코스닥 547개 신저가

담보부족 계좌도 4배 이상 급증

기관 손절매 물량 쏟아질 우려도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앞둔 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약 2년 만에 최저가를 나란히 경신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는 20개월 만에 800선이 무너진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공포에 파랗게 질렸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연저점을 재차 기록했고 코스닥도 800선이 붕괴됐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호된 ‘긴축 발작’의 여파로 주가, 원화 가치, 채권이 모두 밀리는 ‘트리플 약세’에 외국인의 ‘셀 코리아’는 날로 가속하는 모습이다. 또한 하락장이 이어지며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한 ‘빚투족’들의 반대매매 부담도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코스피지수는 7거래일째 하락하며 전 거래일보다 45.59포인트(1.83%) 내린 2447.38에 장을 마쳤다. 전일(2492.97)에 이어 종가 기준으로도 연저점을 다시 쓴 것이다. 장 중에는 2436선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대체로 파란불을 켰다. 삼성전자는 4거래일 연속 장 중 52주 신저가(6만 200원)를 갈아치웠다. LG에너지솔루션(1.52%), SK하이닉스(1.21%), 네이버(3.36%), LG화학(0.53%), 삼성SDI(0.56%), 카카오(5.09%) 등도 하락을 면하지 못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812개의 종목이 하락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89개, 코스닥 시장에서 547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836개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은 9거래일째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 폭을 키웠다. 이날도 4544억 원을 팔아 치웠다. 기관과 개인은 각각 734억 원, 3464억 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도 800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17포인트(2.93%) 내린 799.41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800선을 하회한 것은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날 뉴욕증시가 FOMC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유입되며 혼조세로 마감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OMC 회의 결과에 대한 경계 심리가 증시에 유입됐다”며 “더불어 미국채 장단기 금리 차 역전(현재 3년물 3.52%, 10년물 3.42%)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까지 가세하며 투자 불안 심리가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며 수급적인 측면에서 외국인 매물이 출회하는 점도 증시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4원 10전 오른 1290원 50전에 거래를 마쳤다. 1290원대에서 장을 마친 것은 약 13년 만이다. 전날 연 3.65%를 기록하며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국채 선물 가격이 또다시 하락한 데 영향을 받아 연 3.66%로 상승 마감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째 코스피 현·선물을 팔아 치우고 있다. 이달 2일부터 이날까지 순매도세를 이어오면서 총 3조 원의 물량을 내던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로 위험 자산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폭이 확대되고 원·달러 환율이 그만큼 올라갈 수 있는 상방 압력이 높아진다는 생각에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그간 한국 시장은 유동성이 많았는데 이머징마켓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다른 증시보다 낙폭이 더욱 큰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장세는 기업의 실적·체력과는 관계없이 투자 심리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데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해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금리를 인상할 확률이 높아 증시의 낙폭이 크다”고 전했다.

신용 반대매매와 담보 부족 청산에 따른 매물 부담도 가시화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 반대매매 금액은 260억 34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127억 원에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번 달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도 최저 6.7%, 최고 10.2%를 기록하고 있다. 담보 부족 계좌도 크게 늘고 있다. 국내 5개 증권사(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대신증권)의 담보 부족 계좌 수는 지난달 초 1888개에서 이날 기준 9581개로 급증했다.

기관들의 로스컷(손절매)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 펀드 매니저는 “주가가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늘어나고 기관들도 로스컷(손절) 등으로 물량을 내놓게 된다”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투매가 나오면서 주가 하락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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