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부동산·암호화폐 등 자산들의 투자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도 부동산 조각 투자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커피 값(5000원) 정도의 적은 금액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가격 조작 등의 우려로 금융 당국은 투자 유의를 당부한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수익증권 플랫폼 카사가 이날 오전 9시부터 선착순으로 진행한 120억 원 규모의 TE물류센터 공모는 개시 약 59분 만에 청약률 100%를 달성하며 완판됐다. 당초 공모 기간인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충남 천안시에 위치한 TE물류센터는 LS 오너 일가가 소유한 종합 물류 기업 태은물류가 2027년 4월 30일까지 장기 임차 계약을 체결한 건물이다. 카사는 연평균 4%의 수익률을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조각 투자 열풍은 최근 국내 부동산 거래량이 급감한 모습과 비교된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5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총 1505건으로 지난해 동월 대비 69.3% 줄었다. 16일 기준 이달 거래 건수 역시 245건에 불과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월 1746건, 5월 1505건에 이어 6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부동산 조각 투자는 별다른 대출이나 규제 없이 적은 금액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꾀할 수 있다는 장점에 소액 투자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카사의 경우 100억 원대 건물의 수익증권을 커피 값 정도인 5000원 단위로 쪼개 살 수 있고 수익 배당은 3개월마다 이뤄진다. 예창완 카사 대표는 “최근 선보이는 건물들이 빠른 시간 내 당일 완판되고 있고 물류센터는 가장 주목 받는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카사뿐 아니라 여타 플랫폼이 모집하는 건물도 완판 행진이다.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소 ‘소유’를 운영하는 루센트블록의 9일 첫 부동산 공모인 서울 종로구 소재 ‘안국 다운타우너’도 공모 개시 약 2시간 51분 만에 53억 원 상당의 공모 물량 106만 주가 모두 팔렸다. 4월 ‘부산 초량MDM타워’를 공모한 비브릭 역시 사흘 만에 목표 투자액인 170억 원을 모두 모았다.
부동산 수익증권 시장이 조금씩 커지면서 수익증권 거래 서비스도 등장하고 있다. 2020년 12월부터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를 지원해온 카사에 이어 비브릭은 13일부터 회사의 공모 건물인 부산 초량MDM타워 수익증권 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루센트블록도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조각 투자 시장이 형성 초기 단계인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익증권 거래 시 거래량이 적은 만큼 가격 변동이 심할 수 있고 공모 건물에 대한 정보도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카사에서 현재 누적 거래량이 가장 많은 건물은 4월 28일 상장된 부티크호텔 ‘르릿’으로 그 규모는 1만 6129댑스(DABS?디지털자산유동화증권) 수준이다. 감독 당국은 4월 말 혁신서비스 지정이 안 된 일부 업체에 조각 투자 관련 소비자 경보 ‘주의’ 단계를 발령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유통 시장에 대한 감시 장치가 없어 가격 조작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사업자 파산이나 서비스 중단 시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 투자자산 가치 평가가 어렵다는 점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카사와 소유·펀블은 현재 금융위원회 혁신 금융 서비스로 지정돼 있다. 비브릭의 경우 중소벤처기업부가 주도해 지정한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사업자다.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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