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들과 대규모 대면 행사를 가졌다. 정 회장은 “직원들이 가정과 회사에서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직원들을 달래고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005380)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1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마음 상담 토크 콘서트: 요즘, 우리’ 행사에 등장해 직원들과 직접 소통했다. 정 회장의 이날 방문은 당초 예정에 없던 ‘깜짝 이벤트’였다.
정 회장은 행사 시작 직후인 오전 10시께부터 대강당 가장 뒤쪽에서 800여 명의 직원들과 오은영 정신의학과 박사의 상담 내용을 들었다. 오 박사가 사전에 접수한 직원들의 일상적 고민에 대해 전문적인 해결책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정 회장은 사회자의 요청을 받고 행사가 끝날 때쯤 아예 직접 무대로 올라갔다. 임직원들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것이다.
정 회장은 무대 중간에 앉아 오 박사에게 최근 화두가 되는 세대 갈등 해소 방법을 문의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앞두고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주축이 된 비생산직 직원과 중장년층 생산직 노동조합이 갈등을 빚는 상황을 고심한 질문으로 해석된다. 오 박사는 이에 “갈등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이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갈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찾아야 포용적인 자세로 바뀔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직장 내 바람직한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오 박사에게 물었다. 경영 일선에 뛰어들 때부터 소통 방식에 높은 관심을 보인 정 회장다운 물음이었다. 오 박사는 “조금만 말을 좋게 바꿔도 갈등을 줄일 수 있다”며 “반대 의견과 불편한 감정의 표현일수록 좋게 말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정 회장은 상담을 끝낸 뒤 임직원들을 향해서도 입을 뗐다. 그는 “모든 구성원이 건강하게 일하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직원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목표를 이루고 회사도 잘 되도록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행사 이후에도 직원들과 기념사진을 여러 장 촬영하는 등 적극 소통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직장은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삶의 공간으로 이 속에서도 관계와 소통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밝고 건강한 조직 문화와 업무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직원들이 대규모로 모이는 자리에 정 회장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수석부회장 시절인 2019년 10월 타운홀 미팅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화한 2020년 10월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내 소통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소통 방식과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는 정 회장의 시도는 사실 2018년 수석부회장에 오른 직후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과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며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3월부터는 근무 복장까지 자율화했다. 지난해 3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한 타운홀 미팅에서도 “수평적으로 소통해야 민첩하게 움직여 일을 해낼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최선의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가진 부하들의 의견도 경청해야 한다. 결국 리더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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