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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2처3첩'으로 뒤엉킨 여성들의 의리

■옥루몽

남영로 지음, 장효현 옮김, 문학동네 펴냄





옥황상제가 백옥루를 다시 지어 연회를 열었는데, 지상세계를 그리워하는 듯한 시를 읊은 문창성을 다섯 선녀와 함께 인간 세계로 내려보낸다. 주인공 양창곡과 파란만장한 만남과 시련, 당쟁과 시련으로 뒤엉키는 윤소저, 황소저, 강남홍, 벽성선, 일지련의 이야기 ‘옥루몽’이다.

19세기 초 남영로라는 문인이 썼다고 전하는 장편소설 ‘옥루몽’이 5권으로 출간됐다. 문학동네에서 2010년부터 한국고전문학전집의 기획과 감수를 맡아온 편집위원이기도 한 장효현 고려대 국문학과 교수가 10년을 공들여 번역했다. 장 교수는 ‘옥루몽’ 원작이 한문본이라는 증거를 제시한 학자로 유명하다.



과거 길에 오른 서생 양창곡과 기녀 출신의 미인 강남홍의 애정이 가로막히는 대목이나 양창곡의 배필이 된 재상 집안의 딸 윤소저와 강남홍의 신뢰·우정은 주말드라마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꿈 속 이야기를 서술한 ‘몽자류’ 소설이자 여성영웅소설이기도 한데 여성 주인공들이 신분적 제약을 넘어서는 모습이 다분히 현대적이다. 2처3첩의 복잡한 가부장제 처첩제도 속에 얽힌 관계지만 당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매력적이고 활달한 강남홍은 남장을 한 채 일지련과 함께 전쟁터에서 활약하고, 청순가련형의 벽성선은 지혜로운 요조숙녀로 질투심에 눈 멀어 자신을 해치려 한 황소저의 목숨을 구해준다. 각주와 해설, 등장인물 소개가 아주 친절하다. 1·2·5권 각 1만7000원, 3·4권 각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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