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매달 발간하는 경제동향 보고서인 그린북에서 우리 경기 둔화가 우려된다며 한 층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급격한 물가 상승과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 대외여건 악화가 이어지면서 경제 전망 역시 어두워지는 양상이다.
기획재정부는 17일 펴낸 ‘6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투자 부진 및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고용회복이 지속되고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여건 악화 및 높은 물가 상승세로 인해 경제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앞서 정부는 우리 경제에 대해 ‘회복세 제약’ 정도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경기둔화’라는 단어를 통해 위기감을 강조한 것이다.
글로벌 시장 불안에 대한 진단 또한 점점 더 비관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다. 이날 그린북에서 기재부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및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더욱 확대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인플레 압력이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큰 폭 금리 인상 등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본격 가속화, 공급망 차질 지속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불안한 대외 여건으로 급등한 물가는 경기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소비자물가는 개인서비스 등이 크게 오르며 전년 동월 대비 5.4% 증가했다. 전월(4.8%)보다도 0.6%포인트 상승 폭을 확대하며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이후 14년여 만에 5% 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생산·소비·투자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본격화의 영향을 받은 2020년 2월 이후 2년 2개월 만이다. 전산업생산은 광공업생산이 3.3% 줄어들며 서비스업생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소매판매 역시 0.2% 빠졌다. 의약품 등 비내구재 판매가 3.4% 줄어들며 하락세를 견인했다. 공급망 불안 속에 특수산업용 기계 도입·수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7.5% 하락했다.
수출입 또한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수출이 지난 5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21.3% 증가한 615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수입은 같은 기간 32% 증가한 632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해 더 큰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올해 5월까지 81억 8000만 달러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4월 기재부는 그린북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가속화 가능성으로 인해 “글로벌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5월에는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및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 윤석열 정부 경제팀 역시 엄중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역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 경제팀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이 중첩되면서 우리 경제가 복합적 위기라는 사실에 뜻을 함께 했다”면서 “긴축 가속화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에 정부와 중앙은행은 비상한 경계감을 가지고 대응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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