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 주식에 투자했다 담보 비율을 채우지 못해 강제 청산 당하는 반대매매 규모가 하루 300억 원을 웃돌고 있다. 반대매매가 급증하며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증시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패닉 셀링(공황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02억7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000만 원으로 작년 10월 7일 344억 2000만 원 이후 8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 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억∼174억 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260억3000만 원으로 급증한 뒤 이틀 연속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지난주(13~17일) 각각 5.97%, 8.18% 크게 밀린 영향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금리인상 등으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반대매매로 연결되는 강도가 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급락에 따른 반대매매가 급증하면서 신용잔고도 줄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신용거래 담보금 유지 비율이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다음 날 반대매매에 따른 강제 청산으로 신용잔고도 감소하게 된다.
실제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금투협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개인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의 잔고는 20조6863억 원으로 2021년 2월 4일(20조2629억 원) 이후 최저치다. 신용잔고는 개인이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통상 주가 상승이 예상될 때 신용잔고는 늘어난다. 신용잔고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23조원을 웃돌았으나 지난 4월부터는 21조∼22조원대로 내려앉으며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주춤한 모양새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증시 대기 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6일 기준 57조207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해 5월 3일 77조 9018억 원 대비 21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