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1년 내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경기가 실제로 침체에 빠졌던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2005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WSJ는 최근 실시한 자체 설문 결과 앞으로 12개월 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는 이코노미스트 비율이 44%를 기록했다고 1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 정도의 수치는 “통상 경기 침체 직전이나 실제 경기 침체기에만 나타나는 수준”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직후인 16~17일 53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WSJ는 2005년 중반부터 경기 침체 관련 설문을 비정기적으로 실시해왔다. 해당 조사에서 침체 전망이 44%를 넘어선 적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와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몇 차례뿐이다. 2010~2020년 10년 동안 경기 침체 전망 비율은 10~34% 수준이었다.
경기 침체 전망은 올해 들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WSJ의 올 1월 조사에서 침체를 예상한 비율은 18%에 그쳤지만 4월 조사에서는 28%로 늘었으며 이번에 다시 44%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자금 조달 비용 증가 △폭발적인 인플레이션 속도 △세계적 공급 차질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충격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경기 침체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이와캐피털마켓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모런은 “연준은 브레이크를 세게 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침체를 피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이 예상한 올해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28%로 4월 조사 결과(2.57%)의 절반에 그쳤다. 연말 기준 실업률은 3.7%로 5월(3.6%) 대비 소폭 상승에 그치다 내년 말에는 4.19%까지 올라설 것으로 예상됐다.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경기 둔화와 실업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