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진화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이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기조로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거래 절벽’이 내년 초까지 이어지고 임대인이 이자 부담을 전월세에 전가하며 임대차 시장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거래 빙하기 연내 계속된다…지역별 양극화 심화도=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 지점장은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수요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며 “집값 고점 인식까지 겹쳐 거래 절벽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현재 보이고 있는 거래량 감소는 곧 매수세 감소를 의미한다”며 “금리 상승 기조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눈치 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 또한 “금리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수요 이탈의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 이후 수도권 매물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거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전날 기준 5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1594건으로 전년 동기(4901건)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이날 기준 6만 3188건으로 양도세 중과 배제 시행 전(5월 9일)보다 13.18%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도 각각 11.2%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지방이나 공급 과잉지 위주로 매물 적체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집값 고점’ 인식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정리하기 시작하지만 금리 부담으로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추가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워서 입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금리 5~8%대 가계대출 차주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어가면 시장이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주택자 중 일부는 차익 실현을 위해 지방이나 공급 과잉지 위주로 매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집값은 보합 내지 약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았습니다. 이 지점장은 “대출금리 급상승으로 매수자 급갑하여 가격이 조정될 수 밖에 없다”며 “서울은 전체적으로 보합, 수도권은과 지방은 5% 이상 조정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홍춘욱 리치고 인베스트먼트 대표도 “규제가 많던 서울은 규제완화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도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은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약보합, 지방은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심으로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다만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고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대출을 완화할 계획인 만큼 하반기 매수 수요가 일부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윤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 여파가 연착륙 할 시 수도권은 매매가격이 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전월세 시장에 상승 압력…공급 해소돼야= 금리 인상 여파가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윤 수석연구원은 “임차인들이 늘어나는 이자 비용을 전월세 가격으로 청구할 수 있다”며 “수도권의 경우 과거 폭등기만큼은 아니지만 입주 물량이 적고 상승 폭도 집값 대비 낮아 전월세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함 랩장도 “서울 등 지역 내 신축아파트 또는 입주량이 부족하거나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갱신계약 종료 후 임대료가 오르는 국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도 “전세가격은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하반기 강보합을 유지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지난해 6월 100을 기준으로 5월 107.6을 기록했지만 전월세통합지수는 104.4로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올해 하반기 서울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도 상반기보다 약 40% 감소한 상태입니다. 홍 대표는 “전세는 공급 물량이 핵심”이라며 “입주 물량의 감소는 전세에 직접적 영향을 미쳐 서울은 강세를, 수도권은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내 집 마련’은 내년으로 미뤄야=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문가 대다수는 무주택자의 경우 올해보다는 내년을 내 집 마련의 시기로 삼을 것을 조언했습니다. 고 원장은 “인플레이션으로 실물 자산 가치가 오르는 것을 고려하면 집값은 급락보다는 하방 안정 기조로 들어설 것”이라며 “3기 신도시 사전 청약이나 신규 분양을 노리거나 내년 하반기 경매 매물을 노리는 편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갑 전문위원도 “양도세 절세 매물이 올 연말부터 내년 3~4월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금리 인상을 고려해 내년 1분기 정도를 매입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매수 심리가 소폭 개선될 수 있는 만큼 시장에 매물이 쌓인 지금이 적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윤 수석연구원은 “공급 물량이 부족한 만큼 생애 최초 주택 구입 대출 규제가 풀리면 시장에 나온 급매물은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빨라지는 점도 임대차 수요를 매매 수요로 바꾸는 요인으로 장기 침체만 없다면 매물이 많은 지금이 적기”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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