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출권거래제(ETS)의 고질적 문제점인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경제계 의견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1일 ‘배출권거래제 문제점 및 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자발적 탄소시장’과 ‘배출권 거래제’ 연계 제도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한국도 이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법적 감축 의무 없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활동을 하는 기업이 공인기관의 승인을 받은 ‘탄소 크레딧’(온실가스 감축 활동으로 획득한 배출량 감축분의 인증서)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기존에 활용되던 국제탄소시장이 쇠퇴하면서 자발적 탄소시장이 국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발적 탄소시장은 세계 크레딧 생산량의 74%를 차지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2030년까지 최대 15배, 2050년까지 최대 100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는 정부가 사전에 정한 할당배출권 외에는 공급이 제한적인 탓에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배출권 매매회전율(허용배출량 대비 거래량)이 4.3% 수준에 그치고 있고, 그마저도 장외거래 비중이 56.1%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거래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배출권 가격이 널뛰기를 하고 있어 기업의 감축 활동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경련은 국내 배출권거래제가 유동성 부족으로 시장 기능이 부진한 가운데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크레딧 활용을 돌파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COP 26에서 타결된 제6조 국제탄소시장 지침에 따라 앞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발급된 크레딧이 감축실적으로 전환되면 감축의무 기업은 이를 상쇄배출권으로 바꿔 배출권거래제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에서 지금껏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용도가 낮았던 것은 여기서 만든 크레딧 품질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였는데, 최근 ‘자발적 탄소시장 확대를 위한 태스크포스’(TSVCM) 등 독립감시기구가 출범하는 등 신뢰성 확보 노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이 향후 배출권거래제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제 이전 가능 감축분(ITMO)과 국내 배출권거래제와 연계를 허용하고 추가로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 육성을 위한 검증체계 지원, 국제협력을 통한 ITMO 획득 채널 다각화 등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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